신년 기자회견서 꺼낸 정책 제안
“햇볕정책 후퇴 아니냐” 비판 일어
김 대표 최고위원회 회의서
“햇볕정책 계승·발전” 강조
당내선 종북프레임 휘말릴까 우려
“햇볕정책 후퇴 아니냐” 비판 일어
김 대표 최고위원회 회의서
“햇볕정책 계승·발전” 강조
당내선 종북프레임 휘말릴까 우려
“제가 밝힌 국민통합적 대북정책은 햇볕정책의 원칙을 고수하며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5일 자신이 제시한 ‘국민통합적 대북정책’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지난 13일 신년 회견에서 이런 구상을 밝힌 뒤 당 안팎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확립한 햇볕정책에 대한 수정 논란이 가열되자, 이틀 만에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햇볕정책의 대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은 햇볕정책의 원칙에 기초해서 시대상황과 국민의식의 변화에 따라서 대북정책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임명장을 받은 김관영 대표 비서실장도 “햇볕정책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려는 생각이 아니다”라며 “당내에서 햇볕정책을 입안하거나 집행하는 데 관여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출신 많은 인사들을 모아서 햇볕정책을 발전시키는 작업들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의 발언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세력과 새누리당의 ‘종북 프레임’에 대응하고, 안보를 책임지는 야당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내놓은 구상이 “햇볕정책의 후퇴 또는 수정”으로 의심받는 난감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박지원 의원은 14일 광주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탄생 90주년 기념 문화제에 참석해 “북한 핵과 관련해 햇볕정책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통일의 원칙이자 가장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개발이 현실화돼 있는데 이제 새로운 사고와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대북정책이 더 이상 국론분열의 빌미가 돼서는 안 된다”며 제시한 국민통합적 대북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다.
민주당 안에서는 햇볕정책이 북한 체제의 안정화와 평화적인 남북관계를 구축하는 정책으로 북한의 핵개발과 별개라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더욱이 김 대표가 먼저 대북정책과 북한인권을 언급하면서 자칫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이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한 ‘햇볕정책=대북 퍼주기=북한 핵개발’ 논리를 합리화시켜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한 의원은 “아직 당내 논의가 시작된 게 아니라 지켜봐야겠지만, 제대로 접근하지 않으면 여권의 종북프레임 덧씌우기에 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햇볕정책의 수정 필요성에 동의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앞으로 당내 논의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이날 당 전략홍보본부장에서 물러난 민병두 의원도 블로그에 글을 올려 “분열된 국민을 하나로 묶는 과감한 전환과 실험을 위해 과감하게 우리가 전선을 ‘오른쪽 중간’에 칠 수 있어야 한다”며 “북한이 핵을 보유했다는 변화한 환경하에서 새로이 다듬어지고 작동 가능한 햇볕정책 2.0을 만들어야 한다”고 김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햇볕정책 수정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토론이 좀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점이 있는지, 대안은 있는지를 놓고 다시 토론해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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