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표방 금지 위헌 결정 내세워
새누리, 뒤늦은 위헌론 제기
민주 “위헌 결정 정당표방 금지뿐
정당공천 금지 입법 재량 맡겨”
새누리, 뒤늦은 위헌론 제기
민주 “위헌 결정 정당표방 금지뿐
정당공천 금지 입법 재량 맡겨”
2003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근거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대선공약을 폐기하려는 새누리당에 맞서 민주당은 ‘당시 헌재 결정은 정당공천 폐지와는 무관하다’며 공약 이행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당론으로 ‘개방형 예비경선’(오픈 프라이머리)을 사실상 결정하고, 정당공천 폐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여야 동시 사과’를 요구하기로 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와 관련해 위헌 문제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다. 다음주에 의총을 열어 이 문제에 대한 당론을 결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론으로 정당공천 폐지를 선언하고, 대신 황우여 당 대표가 제안한 ‘개방형 예비경선’을 대안으로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2003년 헌재의 정당표방 금지 위헌 결정으로 인해 (정당공천만 폐지하게 되면) 정당이 후보자에게 공천장만 주지 못할 뿐 특정 후보자에 대한 ‘내천’이 가능하다. 껍데기만 남은 제도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이 몰아치자 야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정개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의 위헌 결정은 기초의원선거 후보자의 정당표방 금지에 대한 것일 뿐, 정당공천 금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이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공천 폐지 여부는 입법권자의 재량에 속한다’는 한국공법학회와 대한변호사협회의 의견을 공개했다. 민주당은 ‘정당공천 폐지-정당표방 허용’을 대안으로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2003년 1월 나온 헌재 결정은 ‘특정 정당으로부터 지지·추천을 받았다는 사실의 표방 금지’에 대해서만 판단(위헌)했을 뿐 ‘정당의 후보자 추천(공천)’은 재판과 관련이 없다며 판단을 배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정당표방은 논리적으로 정당추천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정당공천 폐지는 위헌성이 있다’는 정개특위 공청회 참석자들의 일부 위헌론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뒤늦게 위헌론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황우여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선공약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이런 문제점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먼저 대선공약을 했기 때문에 우리도 더 미룰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공청회에서 그런 문제가 다시 제기됐다”고 했다. ‘대국민 사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위헌성 문제를 제대로 따지지 못하고 공약을 한 것에 대해 여야가 같이 국민 앞에 납득할 만한 말씀을 드려야 할 것”이라며 ‘여야 동시 사과’를 주장했다. 그러나 ‘물타기’라는 야권의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003년 헌재 결정 과정을 잘 아는 헌법학계 인사는 “정당표방 금지는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강력한 기본권 제한이 될 수 있지만 정당공천 폐지는 정당활동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있어도 기본권 침해의 정도는 덜하다. (국회의) 입법재량 영역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