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가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중국 하얼빈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문을 연 19일 중국 당국 관계자들이 개관식 행사를 하고 있다. 입구 외벽에 저격 시각인 ‘오전 9시30분’을 알리는 고정 대형 벽시계가 걸린 이 기념관은 하얼빈시와 하얼빈시 철도국이 건립한 것으로 이날 개관과 함께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하얼빈/외교부 제공
하얼빈역 안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
작년 6월 한-중 특별오찬이 계기
시진핑 주석이 기념관 설립 지시
역 귀빈실 고쳐 안 의사 사진 등 전시
안 의사 ‘항일’ 상징…일본 비난 효과
작년 6월 한-중 특별오찬이 계기
시진핑 주석이 기념관 설립 지시
역 귀빈실 고쳐 안 의사 사진 등 전시
안 의사 ‘항일’ 상징…일본 비난 효과
안중근 의사가 조선 식민지배의 주도자인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사건을 기린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중국 하얼빈역에 마련됐다.
외교부는 19일 중국 하얼빈시와 하얼빈시 철도국이 이날 하얼빈역 귀빈실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개관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하얼빈역에 안 의사 기념관이 개관된 것을 환영하며 높이 평가한다. 이를 계기로 동북아 지역 국가들이 안 의사가 주창한 동양평화론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면서 올바른 역사인식에 기초해 진정한 평화·협력의 길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공식 논평했다.
기념관은 하얼빈역 귀빈실을 기반으로 200여㎡ 크기로 만들어졌으며, 안 의사의 일생과 사상을 담은 사료가 전시돼 있다. 또 기념관 내부에서 안 의사의 이토 저격 현장을 조망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되는 안 의사 기념관은 중국 하얼빈시 정부가 직접 관리하며, 안 의사의 삶과 당시 거사에 대한 설명 자료와 관련 사진들이 전시된다.
안 의사 기념관이 문을 연 데는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과 노력이 있었다. 지난해 6월 한-중 정상 특별오찬 당시 박 대통령은 하얼빈역 의거 현장에 기념물을 설치해 달라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요청했고, 이후 시 주석의 지시에 따라 하얼빈시 정부는 아예 기념관 건립을 추진했다. 그동안은 역 플랫폼에 안 의사의 거사 장소만 표시돼 있었다. 기념관 설립과 함께 거사 장소의 천장엔 “안 의사 이토 히로부미 격살 사건 발생지. 1909년 10월26일”이라는 설명이 새롭게 붙었다. 또 기념관의 출입문 위엔 거사 시각인 오전 9시30분에 멈춘 대형 시계가 걸렸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하얼빈역에 안 의사 기념관을 세운 것은 큰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제 침략으로 커다란 피해를 봤지만,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 그동안 안 의사 기념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과거엔 한국의 민간단체가 추진한 안중근 의사 동상 건립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최근 일본 아베 정부가 출범한 뒤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영유권 문제, 역사인식 문제 등으로 갈등이 증폭되자 안 의사 기념관 건립에까지 나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안 의사가 중국에서도 존경받는 분이고, 박 대통령의 요청을 시 주석이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등 중-일 갈등도 한 이유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일’의 상징인 안 의사 기념관을 세움으로써 잘못된 과거사를 정당화하려는 일본의 행태를 간접 비난하는 효과를 노렸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아직 별 반응이 없지만, 이토를 저격한 안 의사 기념사업에 불만을 표시해왔다. 지난해 11월 안 의사 의거 터에 표지석을 설치하는 일이 알려지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안 의사를 “범죄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어영 기자,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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