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왼쪽)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국민 분노 치솟는데
카드사 경영진만 사퇴…“정부부터 매 맞아야” 비판 빗발
카드사 경영진만 사퇴…“정부부터 매 맞아야” 비판 빗발
사상 초유의 개인 정보 대량 유출 사태로 물의를 빚은 카드 3사의 사장 등 임원들이 줄사퇴를 했는데도, 막상 이들 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 최고 책임자들은 여태껏 제대로 된 사죄 한번 한 적이 없어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엔에이치(NH)농협카드, 케이비(KB)국민카드, 롯데카드 등의 사장과 임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20일 사퇴했다. 이어 정부는 21일 개인 정보 유출 시점인 2013년 6월 안팎으로 근무했던 전직 카드사 임원들한테도 제재를 가하겠다며 카드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관리·감독의 주체인 정부는 지난 8일 검찰이 3개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 2주가 다 되도록 공식 기자회견이나 정부 성명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자리가 없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기껏해야 21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해 “신뢰가 생명인 금융권에서 국민의 재산과 직결되는 개인 정보가 광범위하게 불법 유출되는 최악의 금융 보안 사고가 발생한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며 “정보 유출자에 대한 형사 처벌과 행정 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달라”고 말하는 데 그쳤다.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얘기는 없었다. 게다가 정 총리의 국무회의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새벽 스위스에서 ‘관련자의 책임을 엄하게 물을 것’을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지시하자 나온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나 최수현 금감원장도 마찬가지이다. 신 위원장은 21일 “내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으나,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다. 어떤 형식으로 책임지겠다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실제로 <여성신문>이 신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보도하자, 황급히 자료를 내어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최수현 원장은 지난 16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한 현장 점검”이라는 명목으로 케이비카드 본사를 방문했지만, 카메라 앞에서 연출된 모습만 보여줘 ‘전시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최종구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정보 유출 관련 긴급 브리핑을 시작하면서 “무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지만, 수석부원장 수준에서 언급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금융당국을 질책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카드사는 물론 개인 정보 유출에 책임 있는 금융기관과 감독기관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문책해야 한다. 안일하게 대처한 금융당국으로서도 변명의 여지 없는 중대한 과오”라고 지적했다.
정부 행태를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트위터리언(@Yo***********)은 “카드사들은 줄줄이 사표인데, 감독 책임 맡은 금융위, 금감원 정부 당국자들은 인상 잔뜩 찌푸린 채 근엄한 표정만 짓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트위터리언(@CS*****)은 “금감원 등 감독기관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금의 상황을 보면 암담할 따름이다”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디 @lu*****의 누리꾼은 “이번 일은 금융위, 금감원에서 모두 책임져야 할 일이다. 일개 카드사들만 고개 숙일 게 아니라 이렇게 허술하게 고객 정보를 관리해도 되게끔 한 금융당국이 우선 매를 맞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최수현 금감원장의 이벤트성 행정에 대해 한 누리꾼(@tw**********)은 “최수현 금감원장, ‘카드사 경영진은 자진해서 책임져야’라고 큰소리…당신은?”이라고 금감원을 정조준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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