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동안 지방 세배투어에 나섰던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로 돌아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부인 최명길씨와 함께 버스에서 내려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지역구 의원들이 전하는 설 민심
새누리 “부산 등 여론조사 압도 못해”
민주 “혁신·야권연대 요구 목소리 커”
안철수 신당 민심엔 “관심 크지만
기웃대던 사람들 영입에 의문 많아”
새누리 “부산 등 여론조사 압도 못해”
민주 “혁신·야권연대 요구 목소리 커”
안철수 신당 민심엔 “관심 크지만
기웃대던 사람들 영입에 의문 많아”
6·4 지방선거가 넉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설 연휴를 보낸 여야 정치권은 어느 때보다 촉각을 세워 민심의 흐름을 살폈다. 지역구로 달려가 유권자들을 만나고 온 여야 의원들은 “지방선거 판세가 만만치 않다”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안철수 신당’에 대해선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더라”고 평가했다.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지방선거보다 체감경기 침체,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 민생 현안에 쏠려 있었다는 의견도 많았다.
■ 지방선거 위기감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방선거를 앞둔 민심이 여당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데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부산 해운대·기장을)은 “시민들이 전반적으로 지방선거에는 아직 별 관심이 없다”면서도 “(부산시장의 경우)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새누리당이 이기지 못하니까 다들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민주당 소속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이 새누리당 후보로 거론되는 홍문표·이명수 의원보다 앞서고 있는 충남에서도 비슷한 민심이 전해졌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충남 보령·서천)은 “충남도지사 선거의 경우 새누리당 지지자들 가운데 ‘인물 면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부각이 안 된다’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민주당의 혁신에 대한 요구와 야권 분열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고 했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충남 공주)은 “민주당에 혼을 많이 내셨다. 미우나 고우나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을 표방했으니 제대로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강기정 의원(광주 북구갑)도 “민주당이 혁신을 다부지게 해달라는 기대 섞인 요구와 이제는 국가적 비전이 담긴 대안적 비판을 해달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했다. 조정식 의원(경기 시흥을)은 “야당이 힘이 부치는 상황인데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으로 갈라져 나오면 되겠느냐. 둘이 잘 정리해서 연대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야권연대’를 바라는 민심을 전했다.
■ ‘안철수 바람’ 얼마나? ‘안철수 바람’에 대한 민심에는 민주당 의원들, 특히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이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점을 부각시켰고, 출마자의 인물 경쟁력에선 민주당이 앞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규성 민주당 의원(전북 김제·완주)은 “지방선거와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은 높은 편이지만, 민주당에 몸담았거나 민주당에서 밀린 사람들이 커밍아웃하면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기정 의원은 설 민심 보도자료를 내어 “(안철수 세력에 대해) 기대를 거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모호한 새 정치의 모습과 교과서 양비론 같은 이념과 철학의 부재가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과 더불어 새누리당과의 일전보다는 민주당과 호남에만 집중하려는 모습에 실망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 역시 안철수 신당에 대한 민심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주민들이 안철수 신당의 영향이 아주 미미할 것이라고 얘기하더라”며 “이유들로는 ‘민주당이나 새누리당 등 여기저기 많이 기웃거렸던 사람들만 있다’는 얘기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 “정치가 제 역할 해 달라” 여야 의원들은 ‘바닥 경기’를 확인하며 “체감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았고, 지난해보다 살기가 어렵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지역민들이 “올해는 정치가 삶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정치불신에 대한 여야의 원인 진단은 달랐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발목잡기’를,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불통정치’를 각각 겨냥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인천 남구을)는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을 둘러보니 박근혜 정부의 법치질서 확립을 위한 노력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설 연휴 민심 공통분모는 ‘제발 이제 그만 싸우고 경제 좀 살펴라’는 얘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신용카드 정보 유출, 조류인플루엔자 사태 등에 혼란스러워하고 불안하다는 말씀이 많았다”며 “대통령 개인에 대한 선호도와 국정 수행에 대한 민심이 괴리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승준 송채경화 기자 gamja@hani.co.kr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설 연휴 마지막날인 2일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경기도청 북부청사에 마련된 조류독감(AI) 대책상황실을 찾아 근무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의정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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