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행부 보안강화 대책 문제점
인증기관이 개인정보 쌓아둬
보안망 뚫리면 정보유출 우려
인증기관이 개인정보 쌓아둬
보안망 뚫리면 정보유출 우려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로 2차 피해 우려가 높은 가운데 주민등록번호제 전면 개편 대신 각종 본인 인증 대체수단을 마련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시민사회는 ‘주민번호를 변형한 것에 불과하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전행정부는 14일 올해 업무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정책 현안의 하나로 ‘개인정보 보호’를 들고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 주민번호 대체 식별수단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근본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민등록번호제도는 손대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안행부가 검토한다는 휴대전화 인증, 공인 인증, 아이핀(i-PIN), 주민증 발행번호 등 주민번호 대체수단들은 주민번호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변형’한 수단들이다. 휴대전화 인증을 하거나 공인 인증서, 아이핀 등을 발급받으려면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이용자 식별수단인 아이핀을 쓰면 누리집 운영업체에 자신의 주민번호를 제공하지 않지만, 최초 아이핀을 발급받으려면 발급기관 누리집에 주민번호를 입력해야 하므로 발급기관에 주민번호가 쌓인다. 휴대전화 인증을 하고 공인 인증서를 발급하는 인증기관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신용카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로에는 아이핀을 발급하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도 있었다. 아이핀 발급업체의 보안이 뚫리거나 내부자가 정보를 유출하면 이번 같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아이핀 등 기존 수단을 활용해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유 장관의 설명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 네이트와 싸이월드에서 3500만개의 주민번호가 유출되었을 때도 정부는 휴대전화 인증과 공인 인증서, 아이핀을 통한 보안 강화라는 이번과 똑같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김영홍 ‘함께하는 시민행동’ 정보인권국장은 “대체수단을 검토한다는 건 재탕 대책이다.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는 번호 체계로 주민번호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행부는 이날 개인정보 보호대책을 언제까지 내놓겠다는 일정도 밝히지 않았다. 김석진 안행부 대변인은 “주민번호 대체수단은 하루 이틀 사이에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책을 내는 시기를 특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기용 서영지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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