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국정원 댓글 직원, 자신에게 쓴 메일도 “기억 안난다”

등록 2014-03-17 21:33수정 2014-03-17 22:22

원세훈 대선개입 재판 증인 나와
수사 단초된 내용 “모르겠다”
휴대폰 번호 등도 ‘모르쇠’ 일관
재판장 “묻는 말에 답하라” 지적
“011-○○○-○○○○는 증인이 사용한 휴대전화번호 맞습니까?”(검사)

“그 번호인지 (아마) 있을 겁니다.”(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

“증인이 쓴 핸드폰 번호도 기억 안 나요?”(재판장)

“네….”(김씨)

“kim*******@yahoo.com은 증인 메일 맞습니까?”(검사)

“잘 모르겠는데요.”(김씨)

방청석에서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여러 차례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세훈(63)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심리전단 트위터팀 직원 김아무개(59)씨는 자신이 사용한 휴대전화나 전자우편 계정이 맞는지 묻는 기본적인 질문에조차 “모르겠다”며 답을 회피했다.

이날 김씨의 증인신문은 검찰과 변호인 양쪽에 모두 중요했다. 지난해 검찰은 김씨의 개인 전자우편을 압수수색해 2010년 2월~2013년 9월 김씨가 ‘내게 쓴 메일함’으로 보낸 메일 수십통을 확보했다. 여기서 30여개 트위터 계정과 비밀번호, 사용한 직원 이름이 적힌 ‘시큐리티’ 파일을 발견했는데, 이는 트위터를 통한 대선개입 수사의 단초가 됐다. 이 파일이 증거로 인정되는지 여부는 원 전 원장의 유무죄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김씨는 법정에서 “여기저기서 자료를 긁어모은 뒤 내게 쓴 메일로 보낸 건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트위터 계정이나 여론조작용 ‘이슈 및 논지’가 담긴 메일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묻자 “기억 안 난다” “모르겠다”는 말로 일관했다. 다만 이 메일을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거나 비밀번호를 타인에게 알려준 적은 없다고 했다.

앞서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2012년 2월 심리전단 안보5팀이 신설되자 자신이 만든 트위터 계정 15개와 다른 사람한테서 받은 계정 15개를 합해 모두 30개 계정으로 트위터 활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또 파트장으로부터 구두 또는 전자우편으로 전달받은 국정원 차원의 ‘이슈 및 논지’를 정리해 전자우편에 보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날 재판에서 “기억이 안 난다.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했다면 뭔가 착각이었다. 이슈를 파트장으로부터 받은 건 맞지만 논지는 스스로 작성했다”고 태도를 바꿨다.

김씨는 검사가 묻는 말에도 계속 “기억 안 난다”며 즉답을 피했다. 재판장이 “다른 얘기 하지 말고 묻는 말에 답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급기야 변호인이 “증인은 검찰에 체포된 이후 기억력에 문제 된 적이 있나” “평소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데 지장이 있나”라며 김씨를 감싸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하루에 트위터 글을 30~50건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직접 작성한 것은 3~4건이고 나머지는 모두 리트위트(재전송)라고 밝혔다. 재판장이 “하루 종일 하는 업무가 이게 전부냐”라고 묻자 “그렇다. 나머지는 (인터넷) 검색”이라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 쪽은 검찰이 공무상 비밀이 들어 있는 김씨의 개인 컴퓨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의 승낙을 받지 않았으므로 형사소송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김씨는 “개인 컴퓨터에는 비밀자료가 없다”고 밝혀 원 전 원장 쪽 주장과 엇갈린 설명을 내놨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