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분위기
한숨과 탄식이 난무했다. 날카로운 대립보다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는 데 공감했다. 정치학자들은 여야가 서로 다른 선거규칙으로 선거가 치러질지 모른다는 헌정 초유의 사태에 혀를 찼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2명은 기초공천 폐지로 지지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들의 판단은 서로 달랐다. 이는 서로의 위치와 논리, 정치를 경험한 개인의 역사가 다른 때문이기도 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며칠 전부터 양승조·신경민 최고위원과 함께 서울광장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하면서 강도 높은 대여 투쟁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들을 만나 공천 폐지의 당위성을 알리는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와 다른 행보다. 하지만 야권 단일화를 중요시하는 우 최고위원은 안 대표 쪽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합치는 고리가 된 기초공천 폐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일단 할 수 있을 때까지 강경 투쟁을 해본 뒤 공천 폐지를 재고하자는 신경민 최고위원과 다른 점이다.
경기도당 위원장을 지낸 3선의 조정식 의원은 현장의 혼란과 무기력, 불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각각 기득권을 지니고 있는 영호남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기초공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공천 폐지의 직격탄을 맞을 수도권 지역의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자는 계산이다.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2011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부터 당시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외교안보 분야에서 조언을 했고,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캠프의 정치혁신포럼에 참여했다. 그가 기초공천 폐지의 부작용을 지적하면서도 안 대표 쪽의 의견과 맥을 같이하는 데는 이런 배경도 있다. 고 교수는 또한 새누리-민주당 양당 구도를 벗어나는 것이 한국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지켜왔다.
서복경 서강대 연구교수는 이날 새정치연합이 기초공천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 대해 “여유롭다”며 매섭게 질책했다. 그는 정당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직계 제자로, 정당의 책임정치를 강조한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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