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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미대사관 이전합의’ 문화재 챙기고 땅거래 실리놓쳐

등록 2005-01-25 18:28수정 2005-01-25 18:28

경기여고터 등 7800평-용산 2만4천평 '맞교환'
대체터 평당 3천만원 호가할듯…현안해소 의미

■ 미 대사관 이전합의 짚어보니

외교통상부는 25일 미국이 대사관 건물을 지으려 했던 경기여고 터와 직원 숙소를 지으려 했던 공사관저 터 7800평을 돌려받고, 그 대신 용산 미군기지 캠프 코이너의 2만4천평을 주기로 최근 미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1980년대 초반 미국대사관 시설 불법점유 문제로 불거진 20여년에 걸친 해묵은 한­미 현안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정부가 대체땅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문화유적 보존이라는 명분에 매여 대체땅의 적정 규모를 산정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덕수궁 터의 역사성을 감안하더라도 용산의 미래 가치를 협상에 적극 반영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캠프 코이너는 자연녹지로 분류돼 있으나 미국대사관이 들어서면서 일반 주거지역으로 바뀌게 된다. 주변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현재도 “평당 3천만원 이하로는 거래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이 과정에서 감정평가를 거쳐 땅의 가치대로 주고받는 일반적인 거래원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덕수궁 터는 국가의 존엄과 관련된 곳이어서 일반 땅과는 애초 성격이 다르다”며 “필요 대 필요의 원칙, 즉 서로의 필요에 맞게 땅을 교환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캠프 코이너에 들어설 미국대사관 건물들은 고도제한에 걸려 55m(12층 높이)를 넘지 못하게 된다. 미국은 애초 60m까지 고도제한을 풀어줄 것을 주문하고, 55m 이하로 낮출 경우 2만7천평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주변 주거지역과 형평성을 고려한 정부의 반대로 2만4천평에서 절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 터에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사관 건물과 부대사관저 및 175가구의 직원용 숙소를 짓고, 행정 및 생활지원 시설을 덧붙일 계획이다. 용산에 ‘작은 미국’이 들어서는 셈이다. 이런 형태의 미국대사관 단지는 동북아시아에선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은 한­미 동맹의 상징성과 장기적으로 내다본 한­미 관계에 걸맞은 규모를 희망했다”며 “직원 숙소까지 한 군데 짓게 된 것은 그동안에도 직원들이 현재 용산기지 안에 집단거주해 오던 관행이 작용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미국대사관은 1968년 현재의 서울 세종로 청사에 무상으로 입주했다. 80년대 들어 불법점유 시비가 불거지자 83년 10월 당시 주한 미국대사와 서울시장이 경기여고 터와 을지로 미국문화원 건물 및 토지를 교환해 대사관 건물을 이전하기로 합의하고, 84년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에 따라 86년 서울시가 경기여고 터를 주고 미국은 미국문화원과 송현동 도로 일부를 주는 각서를 체결했으나, 최근 경기여고 터가 덕수궁 터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문화유적 보존과 대체땅 제공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부닥쳤다.

미국은 대사관의 상징성과 업무 편리성을 고려할 때 4대문 안에 위치해야 하며, 이미 수천만달러를 들여 건물 설계까지 마쳤다는 점 등을 들어 덕수궁 터를 고집했다. 그러나 정부는 문화재 지표조사 결과 이곳에 조선시대 임금의 어진을 모신 선원전과 혼백을 모신 흥복전, 고종이 아관파천 당시 피신한 오솔길 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자 대사관 터를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덕수궁 터를 미국으로부터 반환받는 대로 고증을 거쳐 본격적인 복원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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