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 한양도성 성곽길을 함께 걸으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시장 “5월 초·중순쯤 공식 출마 선언하겠다”
“박 시장님에게 일종의 에이에스(AS·애프터서비스) 책임 같은 걸 느끼고 있습니다.”(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서울시가 가장 큰 중요한 지역이니까 많이 도와주시겠죠.”(박원순 서울시장)
12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남산의 한양도성 성곽길(장충체육관-남소문터-팔각정-백범광장)을 돌고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이날 산행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두 사람이 지인들과 한 달 전 함께 잡은 약속이지만,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권의 관심이 쏠렸다. 새정치민주연합 선대위원장을 맡은 문 의원은 박 시장을 “적극 돕겠다”며 이날 산행을 통해 선대위 첫 행보를 시작했다.
남소문터 전망대에서 가진 휴식시간에 문 의원은 기자들에게 “그동안 무공천 문제가 오랫동안 다른 선거 쟁점을 다 가려버리는 등 박 시장을 비롯해 선거에 나가시는 분들께 참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누리당 정몽준·김황식 후보는 조명을 받고 있는데 박 시장은 상대적으로 가려져 미안했다”며 “이젠 선거승리를 위해 함께 매진하면 된다. 도움이 될까 하고 왔다”고 이날 산행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에 박 시장은 머리를 만지며 “가려져도 스스로 빛난다”고 농담을 꺼내고 “이번 선거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만만치 않은 선거다. 서울이 가장 중요한 지역이니 (당에서) 많이 도와주실 것”이라고 답했다. 문 의원은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박 시장의 출마를 강력하게 권했고, 단일화 과정에도 관여했기에 에이에스(AS) 책임을 느낀다”고 박 시장의 말을 받았다.
산행 뒤 나란히 앉은 설렁탕집에서도 문 의원은 박 시장의 ‘도우미’를 자처했다. 그는 최근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텔레비전 토론을 진행한 것에 대해 “저와 안 대표가 (대선 후보) 단일화 논의를 할 때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같은 시간을 줬다”며 “(언론에서)박 시장에게도 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식 출마선언 시기에 대해서 “5월 초순이나 중순, 10일 전후”라고 밝힌 박 시장은 “시장 직무를 제대로 하는 게 시민들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며 자신의 시정철학과 구상을 설명하기도 했다.
문 의원은 “박 정부의 불통과 독선 그로인 퇴행들 굉장하지 않느냐. 공약들은 줄줄이 파기됐다”며 “독주 또는 폭주하고 있는 기관차에 대해서 하나의 브레이크 걸어주는 경고가 있어야 한다”고 이번 지방선거의 박근혜 정부 ‘심판·견제론’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주 오래된 사진첩에서 빛바랜 사진 한 장”이라는 글과 함께 사법연수원 수료식에서 문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며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사진. 페이스북 ‘박원순과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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