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원순씨 캠프 희망2’ 개소식에서 지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던 중 위층에서 부르는 소리에 손을 흔들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6·4 지방선거 후보 탐구 ➊ 서울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
<한겨레>는 6·4 지방선거에 나서는 광역단체장 면면을 한눈에 살펴보는 기획을 20일부터 시작합니다.
시민운동·지방자치 새 장 열어
MB정부 국정원 사찰 문제 제기
오세훈 사퇴로 정치계 입문
세심함이 되레 단점으로 꼽혀 그에게 정치의 길을 가게 한 것은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였다. 2009년 박 후보는 본인에 대한 국정원 사찰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그는 2011년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정치의 길을 결심한다. 눈으로 확인한 4대강 사업의 폐해와 서민들의 한숨이 계기였다. “한반도의 눈물을 그치게 하기 위한 내 자신의 역할과 운명에 대해 묵상하고 또 묵상했다. ‘이제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2011년 8월9일 일기) 때마침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반대를 외치며 사퇴했다. 2011년 10·26 재보궐선거였다. 10% 미만의 지지를 받고 있던 박 후보는, 당시 40~50%의 높은 인기를 누리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만났다. “나는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양보’ 했다. “인기가 없다고 그냥 접어버리면 얼마나 창피한가. 나는 가야할 길은 무조건 가야 한다. 꽃가마는 없다. ”(책 <정치의 즐거움> 중) 서울시장으로서 박 후보는 어떠할까? 서울시청 공무원들은 그에 대해 “하고 싶은 일이 워낙 많은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서울시 간부는 ‘디테일주의자’라 평했다. 대표적 사례가 ‘보도블럭공사 실명제’로 시작하는 보도블럭 10계명이다. 안전하고 아름다운 거리를 위해 보도블록혁신본부장 자리까지 신설했다. 그는 “작은일을 하지 못하면 큰일도 못 한다”고 말한다. 또다른 서울시 간부의 반론이다. “서울시정은 너무 방대한데, 시장이 세부 사항까지 다 챙기려 하면 밑의 사람들이 재량을 발휘하지 못해 무력감을 느낀다.” 소통을 강조하는 ‘착한 시장’의 이면엔 능란함이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서울시 간부의 증언이다. “민원인들을 만나면 일단 끝까지 다 들으며 마음을 풀어주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나는 그처럼 말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상대방의 심리를 제압한다.” 박 후보는 이제까지 대권 의지를 공공연히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그를 옆에서 지켜본 고위직 공무원은 이렇게 말했다. “박원순은 본질적으로 사회개혁가다. 서울시장만으론 우리 사회를 본질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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