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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부친 지역구 30대 출마 ‘5선’…당 위기때 ‘개혁아이콘’ 자임

등록 2014-05-22 22:48수정 2014-05-23 15:31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지사 후보가 22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영동시장에서 상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수원/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지사 후보가 22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영동시장에서 상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수원/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6·4 지방선거 후보 탐구 / (3) 경기]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지사 후보

유복한 어린시절…20대엔 기자생활
이미지는 주류이나 정치경로 비주류
‘이회창 키즈’로 처음 주목받았으나
쓴소리내다 MB때 불법사찰 받아
“위기때만 비판” 당내 부정적 평가도
그의 별명은 ‘오렌지’였다. 매끈한 차림새로, 할 말을 ‘얄밉게’ 한 탓이다.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한 원로 정치인이 “열심히 공부해서 참 많이 성장했다”고 할 만큼 그는 변했다. 남경필(49) 새누리당 후보다.

3남 중 장남으로 태어난 남 후보는 “들판에서 메뚜기며 개구리며 온갖 것들을 잡아서 먹”고, “강아지풀을 돌리면서 집으로 돌아”오던 “친구들과 놀기 좋아하는 개구쟁이”였다.(책 <시작된 미래> 중) 크게 운수업을 했던 아버지(고 남평우 의원) 덕분에 유치원 발표회에서 첼로를 연주할 만큼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대학 졸업 뒤 진로를 고민하던 그는 아버지의 제안으로 1990년 11월 <경인일보> 기자가 됐다. ‘사주의 아들’이었기에 눈총도 많이 받았지만,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으로 사회부, 정치부에서 일했다. 3년 뒤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1998년 3월,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음은 그의 인생 행로를 완전히 바꿔놨다. 그의 어머니는 장례 마지막날 그에게 말한다. “생전에 아버지는 장남인 네가 아버지를 이어 정치를 하기 원하셨다.”(앞의 책) 고민은 길지 않았다. 7·21 보궐선거에 출마한 그는 아버지의 지역구(수원 팔달)에서 당선됐다. ‘5선 의원 남경필’의 시작이었다.

‘소년 급제’ 뒤 펼쳐진 길은 도전과 패배의 반복이었다. 16대 대선을 앞둔 2001년 이회창 당시 총재는 그를 총재비서부실장과 대변인에 연이어 기용했다. ‘이회창 키즈’로 불리는 주류로 떠올랐다.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 총재의 ‘병풍’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대선에서도 졌다.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남원정’이라 불리던 원희룡·정병국 의원 등과 당 쇄신 운동을 벌였다. 2003년 전당대회에서 ‘보수의 개혁’을 주장한 최병렬 당시 의원을 당대표로 만들었다. 최 대표는 이듬해 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여 ‘개혁’을 배신했다. 탄핵 역풍 속에서 그는 박근혜 당시 의원을 구원등판시키는 데 주역을 맡았다. 그는 탄핵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설치한 ‘천막당사’를 “가장 잘한 일”로 꼽지만, ‘박근혜 체제’도 만족스럽진 않았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선 ‘상왕 정치’ 논란의 당사자인 이상득 당시 의원을 찾아갔다.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정권 차원의 불법사찰로 앙갚음당했다.

그런데도 남 후보가 ‘개혁의 아이콘’을 자처한 이유가 뭘까?

그는 연세대 동기인 가수 안치환씨를 보면서 ‘부채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대학 2학년 때 안씨를 보며 “같은 20여년을 살았는데, 그는 속속들이 민중의 아픔을 느끼는 데 비해 유복하게만 자란 나는 그렇지 못한 것이 부끄러워졌다”는 것이다. 또다른 이유는 심신이 지칠 때마다 떠올리는 소녀 진희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남 후보가 대학 3학년 때 현장실습을 하면서 1년 동안 만났다. 가난과 학대, 폭력 속에서 살던 초등학교 3학년 진희를 떠올리며 그는 “정치는 왜 하는가” 자문한다고 한다.(앞의 책)

부채의식과 고민 속에서 찾은 해답은 프랭클린 루스벨트였다. 자신처럼 부유층 출신이었지만, 대통령이 된 뒤 기득권층의 세금을 늘리고, 서민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미국의 경제공황을 극복해낸 루스벨트. 남 후보는 그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다. ‘부모 잘 만나 어려움 없이 자라 국회의원까지 됐고, 민주화 과정에 기여하지도 않은’ 자신이지만, 이를 콤플렉스로 여기지 않고 ‘루스벨트 모델’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남 후보는 쿨하고 뒤끝이 없다. 누구 앞에서든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도 않는다. “2004년 최병렬 대표 때 독단적인 당 운영을 문제삼아 남 후보가 최 대표를 찾아간 적이 있다. 처음엔 조용하던 대표실에서 점점 소리가 커졌는데, 남 후보도 지지 않고 싸우더라. 이상득 의원을 만나러 포항에 갔을 때도 ‘참 겁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역구 사무실에 이 의원 지지자들이 흥분한 상태로 잔뜩 몰려들었는데, 그 자리에서 출마하지 말라는 얘기를 기어이 하더라.” 그와 10년 넘게 일해온 한 참모의 전언이다.

당 안에선 그가 ‘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비판만 한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18대 국회 상반기 외통위원장 경선 패배, 2012년 원내대표 경선 패배에 이어 2011년 전당대회에 꼴찌인 5위로 간신히 최고위원에 ‘턱걸이’하는 등 주요한 당내 선거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것은 이런 평가 탓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선 남 후보가 권력의지가 약하고, 초반에 치고 나오는 데 비해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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