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선거도 다 있데이. 누가 야당이고, 누가 여당인지 참말로 구분이 안 된데이.”
대구시장 선거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요즘 당황스럽다. 여당인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가 “대구 혁신”를 부르짖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는 가는 곳마다 ‘박정희와 박근혜’를 치켜세운다. 김 후보는 지난 3월, 대구시장 출마 선언과 함께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짓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올해 연말이면 대구시 북구 산격동에 자리잡은 경북도청이 안동으로 옮겨가는데, 20만여㎡의 도청 터에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대구시민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화합을 이루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대구 출신인 박근혜 대통령과 야당 김부겸 대구시장이 손을 잡으면 대구 발전을 위해 못할 게 없다. 이게 진정한 상생의 정치다”라고 외치며 골목길을 누비고 다닌다.
김 후보는 1956년 12월 경북 상주의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호적에는 1958년생으로 돼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결혼을 한 아버지가 이듬해 태어난 아들의 출생신고도 않고 군 입대를 하는 바람에 홀로 남은 어머니가 김 후보가 돌이 지나고 나서야 호적에 올렸다. 출생신고가 두살이나 늦어 후배가 동기가 되고, 동기가 선배가 될 때가 있어 학창 시절에는 ‘족보정리’에 애를 먹었다.
대구중·경북고를 거쳐 1976년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해 대학 시절 대부분을 유신 반대 시위로 보냈다. 2차례 구속으로 제적과 복학을 반복하다 11년 만에 졸업했다. 1982년 대구로 내려와 결혼식을 올리고 2년 뒤 아내와 돌도 안 된 핏덩이를 데리고 무작정 상경했다. 딸만 셋을 뒀는데, 둘째 딸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탤런트 윤세인(본명 김지수)이다.
재야생활을 거쳐 1987년 반지역주의 개혁정당을 표방한 한겨레민주당에 입당하면서 현실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이후 조순-이회창 연대로 통합민주당이 신한국당과 합쳐 창당한 한나라당에 합류하면서, 고 제정구 의원한테 경기도 군포시를 지역구로 물려받았다. 2000년 총선 때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된 뒤 군포에서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내리 3선을 했다. 한나라당 안에서 소장 개혁파로 활동하며 대북송금특검법안 반대하다 이부영·안영근·김영춘 의원 등 ‘독수리 5형제’로 불리는 동료들과 함께 탈당한 뒤 열린우리당에 합류했다. 2012년 총선에서 경기 군포 대신 야당 불모지인 대구 수성갑에서 출마해 이한구 새누리당 후보에 맞서 낙선했으나 40.4%를 득표하며 선전했다.
그가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박정희 마케팅’을 내세우며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기 위한 두번째 도전에 나섰다. 대구/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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