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마루(28)씨
용마루씨, 한달 넘게 진도서 자료수집
“기록 남아야 잘못된 것 고칠수 있어”
“기록 남아야 잘못된 것 고칠수 있어”
“그동안 여러가지 참사가 많았잖아요. 근데 기록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요. 뭔가 남아 있어야 잘못된 걸 고칠 수 있잖아요.”
지난 14일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실내체육관 밖 한켠에 자리한 천막에서 용마루(28·사진)씨는 이어폰을 꽂고 녹취를 풀고 있었다. 천막에는 ‘세월호 사고 추모기록 보존 자원봉사단’이라고 쓰인 펼침막이 걸려 있다. 용씨는 “사진·문서·구술 등 세월호와 관련된 모든 기록을 수집해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명지대 기록대학원을 수료한 그는 한국기록학회, 한국국가기록연구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 20여개 민간단체로 이뤄진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네트워크’(네트워크) 소속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서울과 진도를 오가며 작업을 해왔다. 네트워크는 조만간 경기도 안산에 ‘세월호 기억저장소’를 건립할 계획이다.
30도에 가까운 남도의 초여름 더위에도 그는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천막을 지키고 있다. 용씨가 수집하는 것은 자원봉사자들 현장 행동수칙, 도시락 납품 일지 등 세세한 자료부터 정부의 브리핑 자료, 영상 자료 등 세월호 참사 뒤 진도와 팽목항에서 벌어진 모든 일이다. 네트워크 누리집(sewolho-archives.org)에는 용씨를 비롯한 자원봉사자의 노력으로 모인 기록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구술 30건, 문서 186건, 사진 797건, 동영상 96건(6월9일 기준)에 이른다.
“잊혀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마음이 느껴져요. 6·4지방선거에서 세월호 이슈가 나왔지만 (선거) 끝나자마자 정리되는 분위기고, 월드컵은 시작되고….”
참사 두 달이 넘기면서 잊혀질까 초조해하는 구술자들의 모습이 안타깝다는 그는 “초기부터 함께 한 자원봉사자들은 점점 세월호 가족이 되는 것 같다. 같이 슬퍼하고 많이 아파한다”고 말했다. 밤 11시께 인적이 뜸해지면 하나둘 찾아오는 실종자 가족들의 한탄과 푸념을 들어주는 것도 그의 일상 중에 하나다. “술 한 잔 하거나 잠들지 못하는 분들이 들르곤 하죠.”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교신기록의 원본을 가장 수집하고 싶다는 그에게 ‘세월호 참사 기록’은 어떤 의미일까. “이번 일이 잊혀져 버리면 제 자녀도 희생자가 될수 있잖아요. 세상을 바꾸려면 잊지 말고 가슴 속에 안고 살아야 될 것 같아요.”
진도/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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