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2000년 인사청문회법 제정 관철
국정원장·검찰총장 등으로 확대 이끌기도
당시 박대통령도 ‘엄격 검증’ 강조
국정원장·검찰총장 등으로 확대 이끌기도
당시 박대통령도 ‘엄격 검증’ 강조
새누리당이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성토하고 있지만, 현재의 인사청문회 제도는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작품이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실제 제도 도입을 주도한 것은 한나라당이었다. 인사청문회 도입 및 강화가 모두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이 주도해 이뤄졌는데, 거꾸로 여당이 된 뒤에는 꾸준히 인사청문회 기능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1999년 15대 국회에서 당시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는 청문회 대상을 법적으로 국회 동의나 선출이 필요한 고위공직자로 제한하려 했지만, 한나라당은 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 등 대통령이 임명하는 핵심요직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맞섰다.
여야는 2000년 6월, 16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했다. 16대 총선에서 인사청문회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한나라당은 다수당이 되면서 이를 법 제정으로 관철시켜 이한동 총리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청문회장에 섰다.
이후 한나라당은 2002년 인사청문회에서 장상·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의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을 집중 제기해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이들 두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잇따라 부결시켰다. 또 역시 여소야대였던 2003년 2월 국정원장·국세청장·검찰총장·경찰청장을 인사청문 대상으로 확대시켰다. 16대 국회에서 여당 원내총무를 맡았던 정균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여소야대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국회의 견제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인사청문제도의 강화를 강하게 주장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제도 탓을 하고 흔들겠다는 것은 인사 참사를 면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 엄격한 인사검증을 강조했다. 그는 2005년 4월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그토록 시스템을 강조해 온 이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인사시스템조차 작동되지 못했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확대하고 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1월에는 “야당이 영어로 ‘opposition party’로서 ‘반대하는 당’이다. 우리가 반대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느냐. 한마디로 국민을 싹 무시한 개각”이라며 당시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새누리당 주장과 달리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행정부의 미흡한 사전검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인사청문제도는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고위공직자를 철저히 검증하는 것으로 그 범주를 확대할수록 좋은 것”이라며 “청문회를 통과할 인사를 찾아내는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안 갖춰진 게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국회 정치쇄신자문위원회도 최종보고서에서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간 힘겨루기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공직후보자에 대한 사전검증이 엄밀하게 이뤄지지 못한 채 인사청문요구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청문회 도입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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