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0일 오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001~2002년 당시 중학생 딸을 미국에 유학 보내면서 정식으로 유학비자를 받은 것이 아니라, 언론인 취재비자인 아이(I) 비자를 변칙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01년엔 교육부 지침상 중학생은 외국 유학을 갈 수 없어 유학비자를 받을 수 없었기에, 대신 아이 비자를 발급받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미 연방 이민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자녀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갈 때 비자 종류는 모르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 유학을 갔다고 답변했다”며 “그러나 확인 결과 정 후보자의 가족들은 불법 비자로 1년 가까이 체류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정 후보자 및 가족들의 출입국 기록을 살펴보면, 이들은 2001년 8월13일 ‘관광·시찰’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런 목적이라면 미국 1회 방문 때 최대 6개월까지만 체류할 수 있는 비자(B1 또는 B2 비자)를 받아야 했으나, 정 후보자는 유효기간이 5년인 취재용 비자(아이 비자)를 발급받고 배우자, 아들딸과 출국했다. 정 후보자가 현재 안 의원에게 제출한 비자 사본에는 본인과 딸이 아이 비자를 받았다고 돼 있다.
아이 비자로는 취재 업무가 끝날 때까지 언론인 본인과 배우자, 21살 미만 자녀들이 함께 체류할 수 있지만, 비자를 받은 언론인은 가족들과 체류 기간에 함께해야 한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미국 방문 뒤 9일 만인 2001년 8월22일 혼자 귀국했고, 부인과 아들딸 3명은 이듬해 7월12일 귀국했다. 이 기간 아들과 딸은 각각 고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다. 부인과 아들의 경우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딸은 유학 비자(F1)가 아닌 불법 비자로 체류한 셈이다.
정 후보자가 딸을 유학 보내던 시점엔 자비 유학 대상자는 ‘중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이 있거나 이와 동등한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국외 유학에 관한 규정 5조)여야 했다. 아직 중학교를 마치지 못한 딸을 유학 보내기 위해 정 후보자 본인이 취재비자를 받아 함께 출국했다가 며칠 뒤 딸을 미국에 남기고 돌아오지 않았느냐는 설명이 가능한 대목이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딸이 다니던 중학교에는 미국으로 가는 이유를 ‘미국이민’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특파원으로 장기 취재를 하는 경우가 아닌데도 아이 비자를 받으려면 회사와 공모하거나 스스로 서류를 조작해야 한다”며 “이는 미 연방법인 이민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