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부서도 “정치적으로 부적절”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치열한 경선 과정에서 주고받은 서운한 감정은 모두 잊고, 새로운 지도부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여당 전당대회장을 찾은 건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이후 6년 만이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을 7·30 재보궐선거와 연관지어 “심각한 반칙”이라고 비판했고, 여당 내부에서도 정치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당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는 정부와 힘을 모아 대한민국의 대혁신을 이뤄야 할 막중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경선 과정의 갈등은) 새로운 에너지로 승화시켜 경제 살리기와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자”고 말했다. 자신이 ‘2기 내각’과 함께 새 출발을 시작하는 데 당이 힘을 보태달라는 당부였다. 체육관에 모인 대의원들은 11분 동안 이어진 박 대통령의 연설 도중 21차례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청와대 쪽은 박 대통령의 전당대회 방문이 ‘당·청 간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에선 “당이 배출한 대통령과 당원들이 직접 만나는 기회”였다는 긍정론도 있지만, 불필요하게 ‘박심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론조사와 지역별 현장투표 직전인 지난 11일부터 박 대통령 전대 참석설이 불거지면서 박 대통령이 ‘친박근혜계 대표’를 내세운 서청원 최고위원을 지지한다는 ‘해석’이 당원들 사이에 이미 퍼졌고, 이날 참석으로 정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투표 결과는 비박근혜계인 김무성 대표의 압승으로 끝나, 박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이 관례라면 매번 와야 되는데 안 그렇지 않나. 통상 보안을 유지하는 대통령 일정이 미리 알려진 걸 보면, 박 대통령이 서 최고위원을 도우려 했던 의도가 없진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야당은 7·30 재보선을 앞두고 ‘선거 개입 가능성’을 우려하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니 총선이라 불리는 7·30 재보선을 불과 16일 앞두고, 박 대통령이 선거필승 결의대회 격인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지난 11일) 김포 방문에 이어 또 하나의 심각한 반칙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