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파동은 그 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6일 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박영선 원내대표(왼쪽부터). 이정우 기자 woo@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7·30 재보궐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애초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되던 구도는 수도권 야권 후보들의 잇따른 단일화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승리는 여당 몫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방선거 직후에 열리는 7~8월 재보궐선거는 늘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기 때문이다. 역대 결과를 보면 2002년 8월 재보궐선거에서는 13곳 중 11곳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2006년 7월 재보궐선거에선 4곳 중 3곳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엠비(MB) 심판론이 비등했던 2010년 지방선거 직후에 있었던 7월 재보궐선거에서도 8곳 중 5곳의 승자는 한나라당이었다.
이번에도 새누리당의 우세로 결론이 나오면, 당장 7월31일부터 김한길·안철수 두 대표를 향한 규탄의 목소리가 터져나올 것이다. 지도부 퇴진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거친 목소리가 잇따를 것이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지도부의 무원칙과 무능력 때문이다. 전체 선거판을 읽어내는 안목과 전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겪은 유례없는 공천 파동은 그 원인의 이면을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천 결정 과정에서 지도부와 의원들 사이를 잇는 내부 소통이 없었다. 신뢰가 없었다. 새정치연합의 고질적인 계파 갈등과 대립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정치연합 내부에는 크게 6~7개의 계파가 존재한다.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부터 올해 3월 새정치민주연합 창당까지 새정치연합은 크게 4번의 분열과 통합 과정(2004년 열린우리당, 2008년 통합민주당, 2011년 민주통합당,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을 거쳤다. 계파는 그 분열과 통합 과정의 결과물이다. 이 과정이 언제나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만큼 공천권을 두고 새롭게 합류한 세력과 기존 세력의 대립과 갈등이 노골적이었다. 계파는 그런 이익 충돌의 산물이다.
새정치연합의 계파가 문제가 되는 것은 총선 공천권을 두고 생긴 갈등이 대선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2012년 총·대선 과정이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2017년에 새정치연합이 집권을 하려면, 계파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혁신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의 계파들은 합종연횡을 하며 극한투쟁을 할 가능성이 높고, 그 후유증이 2017년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계파 문제를 해결하려면 계파를 현실로 인정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청문회를 거치면서 더 강화된 청문회의 검증 강도를 보면 앞으로도 총리나 장관직에 도전할 이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집권당의 대표를 총리로 하고, 각 계파의 대표주자들을 주요 장관들로 임명하는 권력분점 구도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계파들이 철학과 체계를 갖춘 ‘정파’로 진화하기 위해서도 이런 체제는 필요하다. 가령 고 김근태 의원의 유지를 받드는 민평련계는 환경·노동·여성 등의 국무위원으로 전문화하고, 상대적으로 친기업적인 색채를 강조하는 정세균계는 산업과 과학·기술 등의 내각에 맞춤하는 식이다. 각 계파가 이런 식의 정파적인 전문성을 갖추게 되면, 새롭게 정치에 입문할 이들은 자기에게 맞는 계파·정파를 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안정적인 인력 재생산과 정책적 일관성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감한 발상의 전환 없이는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도 공천권 갈등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hermes@hani.co.kr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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