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55·사법연수원 14기) 법원행정처 차장
“법 이론 탁월·약자 권리 보호” 이유
법원 엘리트 지명·학맥 과점 논란
법원 엘리트 지명·학맥 과점 논란
권순일(55·사법연수원 14기) 법원행정처 차장이 새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됐다.
대법원은 11일 양승태 대법원장이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권 차장을 새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했으며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권 차장은 9월7일 임기를 마치는 양창수(62·연수원 6기) 대법관 후임이다.
충남 논산 출신인 권 차장은 대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서울 법대, 남자, 50대’로 통칭되는 대법관의 ‘스테레오타입’이다. 1985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대전고법 수석부장판사,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수석재판연구관 등을 거쳤다. 양 대법원장은 “다양한 재판 업무와 사법행정을 담당하면서 탁월한 법 이론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에 대한 의지를 함께 보여왔다”며 제청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권 차장이 이론과 실무를 두루 겸비한 법관으로 평가받아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을 모두 거쳐 법원 안에서도 실력파 법관으로 손꼽혀왔으며, 민사법과 비교법 분야의 주요 쟁점들에 대해 30여편의 논문을 쓰는 등 연구 활동도 활발히 해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법관 후보 1순위 보직으로 불리는 법원행정처 차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법원 내부에서 통용되는 ‘룰’에 따른 인사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위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차장은 대법원장의 복심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 앉을 수 있는 자리”라며 “후보자 개인의 됨됨이를 떠나 최고 엘리트를 지명한 예측 가능한 인사라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50대 정통 법관 출신’ 일색인 대법관 출신의 획일화도 강화됐다. 학교(서울대 법대)에서 오래 활동해 학계 몫으로 분류되는 전임자 자리를 순수 법원 출신이 대체하게 됐기 때문이다. ‘학맥 과점’도 논란거리다. 권 차장이 대법관에 취임하게 되면 신영철·이인복 대법관을 더해 대전고 출신 현직 대법관은 3명으로 늘어난다. 양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가운데 12명인 서울대 법대 출신 비율은 변함이 없다. 남성(12명) 대법관 수도 마찬가지다.
앞서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이기수)는 지난달 24일 회의를 열어 권 차장과 이성호 서울중앙지법원장(연수원 12기), 윤남근 고려대 교수(연수원 16기)를 대법관 후보로 양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박 대통령이 권 차장의 국회 임명 동의를 요청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동의 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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