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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출구 없는 세월호 정국…강경 유지 여권에 부메랑 될수도

등록 2014-09-10 21:56수정 2014-09-11 00:13

세월호 특별법이 표류하는 가운데 국회가 파행을 계속하고 있다. 10일 오후 국회 정문 바리케이드 너머로 의사당 건물이 보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세월호 특별법이 표류하는 가운데 국회가 파행을 계속하고 있다. 10일 오후 국회 정문 바리케이드 너머로 의사당 건물이 보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여, 정쟁속 정권 책임론 실종 기대
여야 지도부 비공개 회동도 무산
열쇠 쥔 박대통령은 국회와 선긋기
추석 연휴 이후에도 세월호 특별법 교착 정국이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으면서도 ‘오불관언’(吾不關焉·내 알 바 아니다)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세월호 문제를 이해득실에 기반한 ‘정치공학’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여권의 태도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와 같은 전대미문의 충격을 겪고도 여야가 과거와 같은 정쟁으로 장기간의 정국 파행을 이어갈 경우, 국회 해산론 등 극단적인 ‘정치혐오증’이 확산되면서 현재의 정치권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10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전날 전화 접촉에 이어 정국 정상화를 위한 비공개 회동을 시도했지만,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완구 원내대표 쪽이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는 추석 연휴 전인 지난 4일 “추석 이후엔 반드시 국회를 정상화시켜서 국민 안정과 민생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이 원내대표가 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걸 망설이는 이유는 ‘현실적 한계’를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강경론을 주장하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 이완구 지도부가 운신의 폭이 좁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도 “이완구 원내대표를 추석 연휴 직전에 만났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열쇠를 쥐고 있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는 어려움을 토로하더라”고 전했다. 실제 청와대가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유가족과 야당 요구 수용 불가라는 ‘가이드라인’을 확고히 하고 있는데다,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양보 불가론’과 ‘야당 책임론’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어 이완구 원내대표가 독자적인 결단으로 교착 정국에 물꼬를 트기는 힘든 상황이다.

문제는 여권의 강경 기조가 추석 연휴 이후에도 누그러질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여권으로선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갈등이 정쟁과 진영싸움으로 비치면서 세월호 참사 정권 책임론이라는 사태의 본질은 사라지고, 정치권 전체를 향한 비난 여론과 정치혐오증만 부각되는 상황이 정치공학적으로 볼 때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는 국회와 선을 분명하게 긋는 ‘당정 분리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이런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추석을 계기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차례 명절 인사를 전했지만, 세월호 특별법이나 유족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 없이 “경제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만 밝혔다. 진통을 겪고 있는 현안은 국회 몫으로 넘기고, 정부와 청와대는 ‘민생’과 ‘경제’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으로, 박 대통령은 추석 연휴 이후에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럴수록 유가족과 야당도 더 강경하게 맞설 수밖에 없어 사태 해결의 접점을 찾기는 요원해진다. 여권의 한 인사는 “현재의 구도에서는 절대 협상이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여권의 이런 전략이 결국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원로는 “야당이 민생을 외면한다고 여론을 만들어가면, 여론이 자기들한테 유리해질 거라는 판단을 할 수 있지만 거기서 안 끝난다”며 “박 대통령이 손해 보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풀고 가야지, 안 그러면 더 심각한 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 눈에 국가가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교착하면서 지금 국가적으로 모든 게 뒤엉켜 있다. 국회는 올스톱이고, 서울 한복판 광화문에서는 계속 장기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걸 풀 수 있는 것은 결국 청와대의 결단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수헌 석진환 조혜정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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