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빼곤 ‘개헌 적기’ 공감대 강해
뚜렷한 대선주자 없어 여건도 좋아
개헌범위 놓곤 의견차 커 격론 예상
뚜렷한 대선주자 없어 여건도 좋아
개헌범위 놓곤 의견차 커 격론 예상
전날 “개헌 논의 봇물이 터지면 막을 수 없다”고 말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단 하룻만에 꼬리를 내렸지만, 김 대표의 표현대로 개헌론의 ‘봇물’을 원천적으로 틀어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헌론은 당분간 잠복기에 들어가더라도 올해 예산안 심사 등 국회 일정이 마무리된 뒤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내 친박근혜계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여야를 망라해 정치권에 “내년이 개헌 적기”라는 주장이 강하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법안과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나면, 현 대통령 임기 중반이면서도 큰 선거가 없는 2015년 안에 개헌을 하자는 주장 자체를 봉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김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도 이날 개헌 논의 자제를 당부하면서도 “정기국회 끝날 때까지”, “연말까지”라는 단서를 달았을 정도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개헌 논의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것이지, 계속 굴러갈 수밖에 없는 이슈”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국민여론과 경제 상황, 정치권 논의 등을 봐가며 내년 이후 어느 순간 개헌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대 들어 여야 의원들이 함께 출범시킨 ‘개헌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은 회원 수가 155명에 이른다. 야당 간사인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국회엔 개헌의 동력이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현 정치상황이 다른 어느 때보다도 개헌론이 싹틀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한나라당 시절 박근혜 대표처럼 유력한 대선 주자가 있는 경우엔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자는 개헌론이 힘을 얻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현재 여권 내에선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정치권 밖에서도 ‘개헌 수요’가 많다.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 소장은 “87년 체제가 시효를 다했다는 점에 대해선 일반 국민들도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 양극화, 경제민주화 등 사회경제적 부문,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에 들어간다면 변화의 폭과 수위를 놓고 이견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에는 대체로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 정도로 손대는 ‘원 포인트’ 개헌론이 대두된 적이 있었지만, 당분간 선거가 없어 개헌 논의 뚜껑이 열리는 순간 온갖 논의들이 중첩될 가능성이 높다. 또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은 현재 뚜렷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대통령보다 의회 권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에 동의하기 쉽지 않다. 지난 대선 때 권력분산형 대통령제를 공약했던 문재인 의원도 이달초 <시비에스>(CBS)가 실시한 의원 설문조사 때 “개헌 필요성엔 동의하지만 시기와 내용은 국민적 총의를 모아가야 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주현 황준범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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