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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개헌론 점화 ‘치고 빠지기’냐, 부담 느낀 ‘몸 낮추기’냐

등록 2014-10-17 20:08수정 2014-10-17 22:37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정기국회 뒤 개헌 논의 봇물’ 발언에 대해 사과한 뒤 승강기에 올라 눈을 감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정기국회 뒤 개헌 논의 봇물’ 발언에 대해 사과한 뒤 승강기에 올라 눈을 감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무성 대표 ‘개헌 발언 사과’ 배경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정기국회 끝나면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며 개헌 논의에 불을 지핀 지 하루 만에 ‘불찰’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개사과했다. 개헌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집권여당 대표가 개헌론을 꺼내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이지만, ‘개헌 논의’에 불을 붙이는 데 성공한 만큼 연말 개헌 정국을 노린 일종의 ‘치고 빠지기’ 전략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17일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참석해 “제 불찰”이라며 “대통령께서 아셈 외교를 하고 계시는데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김 대표는 발언 배경에 대해서도 “중국 방문 활동을 총결산하는 기자간담회 자리가 끝나고 식사 시간에 같은 테이블에 앉은 기자와 이야기하던 중에 나왔다”고 해명했다. 지난 13일부터 4일간 중국을 방문한 그는 전날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헌론을 언급하며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와 ‘연정’을 제시한 바 있다.

김 대표는 회의 뒤에도 기자들과 만나, “(언론에) ‘대통령과 정면충돌’ 이렇게 (기사가) 났는데, 그럴 생각 전혀 없다”며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김 대표는 “(청와대 연락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당 지도부도 나섰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정기국회 때까지는 당에서 일체 개헌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도록 하라”고 집안단속에 들어갔다.

“국회 끝나면 개헌론 봇물” 하루 뒤
“제 불찰이다…대통령께 죄송하다”
청와대·친박계 비판에 서둘러 수습
야당 동조로 존재감은 충분히 과시
개헌 불가피성 부정 안해 여운 남겨
야당 지도부 “제왕적 대통령 때문”

당 주도권을 강하게 거머쥔 김 대표가 체면까지 구겨가며 ‘개헌론’ 발언을 서둘러 수습한 것은 파장이 더 커지기 전에 사태를 정리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김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데다, 홍문종 의원 등 당내 ‘친박’(친박근혜) 의원 중심으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전날 귀국 직후, 국회에서 참모들로부터 발언 파장 등에 관한 보고를 받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사태의 이면에 고도의 전략적 셈법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김 대표 발언으로 개헌 논의가 불이 붙었고, 야당에서도 개헌을 미룰 수 없다고 동조하고 나오면서 김 대표는 이번 기회에 존재감을 충분히 과시했다”며 “정치적으로 성공한 만큼, 살아있는 권력과 정면으로 각을 세우는 모양새는 피하자는 판단에 ‘치고 빠지기’ 전략을 구사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최 교수는 “김 대표가 대통령에게 사과는 했지만 개헌 불가피성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은 만큼 정기국회가 끝나고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들어서면, 개헌 논의를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집권여당 대표를 맡은 무게감 있는 정치인이 단순 실수로 이런 일을 초래하진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등 개헌의 구체적 방법과 시기를 언급한 것은 내부적으로 연구를 해오지 않았으면 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사과 발언에도 야당 지도부는 ‘개헌론’에 적극 호응하며 불씨 살리기에 나섰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김 대표가 개헌 발언과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사과한 데 대해 “집권여당 대표가 개헌 얘기를 했다가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다”며 “이런 사태야말로 대한민국이 제왕적 대통령을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헌법을 고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비대위원도 확대간부회의에서 “개헌은 박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며 “국회에서 논의되는 개헌론을 여당 대표가 말했는데, (이후) 여당 대표가 ‘죄송’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김 대표를 감쌌다.

새정치연합이 김 대표를 적극 옹호하고 나선 데는 이번 기회에 개헌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본격 논의하는 계기로 삼자는 의도뿐 아니라, 여당 대표 발언을 통해 불거진 청와대와 여당, 여당 내 친박·비박의 갈등을 이용해보자는 셈법도 엿보인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대통령 임기가 3년 넘게 남아 있는 상황에서 집권여당 대표가 ‘개헌’을 입에 올렸다는 건 조기 레임덕 가능성이 그만큼 농후하다는 걸 의미한다”며 “이번엔 김 대표가 물러섰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경욱 이세영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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