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 사고를 계기로 세월호 참사 뒤 정부가 재난대응 체계를 혁신하겠다고 내놓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는 협상을 통해 안전사고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재난대응 체계를 만들겠다고 입을 모았지만, 구체적인 방안에선 여전히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고를 ‘정부조직법 개정’ 필요성과 연관지으려 애쓰는 분위기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0일 안전사고 관련 상임위원회 간사 연석회의를 열어 “다시 한번 우리 모두 안전의식을 높이면서 대형 참사 요인이 존재하는 시설이나 공간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며 “이런 의미에서 국민안전을 위한 정부조직법, 세월호 특별법, 유병언법은 반드시 이달 안에 처리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관리에 부실한 정부 여당에 쏟아지는 여론의 비판을 낡은 정부조직법 탓으로 돌리면서 야당의 반대 기류가 강한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서둘러 처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 책임’에 집중한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개발도상국에서나 벌어질 사고가 이어지는 현실에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며 “또 한번 진상규명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여야는 정부조직법 제정 협상에서 안전대책을 두고 힘겨루기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정부조직법 태스크포스(TF) 회의는 21일 본격 논의를 시작한다. 새누리당에선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이, 새정치연합에선 백재현 정책위의장과 박남춘 원내부대표 등이 나선다.
여야는 정부가 제안한 총리실 소속의 국가안전처 신설을 두고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재난이나 안전사고 발생 시 ‘컨트롤타워’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 같은 재난이 발생할 경우 국가의 모든 자원이 집중돼야 하고, 위기관리 기능을 통합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부총리급인 국민안전부의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재난 발생 시 각 부처를 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가안전처를 총리실 산하에 두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변하고 있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청와대를 컨트롤타워로 명문화하자는 새정치연합의 주장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소방방재청·해양경찰청의 기능 이관과 폐지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정부안은 소방방재청의 소방방재 기능을 국가안전처로 이관, 소방방재청 폐지, 해경 기능을 경찰청과 국가안전처로 이관 및 폐지하는 게 뼈대다. 새정치연합은 소방방재청과 해경의 일부 기능을 국민안전부로 이관하고, 대신 소방방재청과 해경을 외청으로 설치해 방재·구조 기능의 전문성을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한편, 해경 해체에 대해선 새누리당 안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존재한다.
이승준 서보미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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