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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새누리당 잠룡들의 이미지 경쟁, 누가누가 잘하나

등록 2014-11-27 15:34수정 2014-11-27 15:52

[임석규의 정치빡 16]

정치인과 연예인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지지율에 울고 웃는 정치인이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이나 그 본질적 속성은 일맥상통한다. 연예인이 분장을 하고 사진을 ‘뽀샵’ 하듯, 정치인도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해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려 애쓴다. 연예인더러 맨얼굴의 ‘쌩얼’로만 승부를 겨루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정치인의 이미지·브랜드 전략을 ‘쌩쑈’라고만 비난할 수는 없다.

대선을 꿈꾸는 여권 ‘잠룡’들의 초반 각축전이 ‘브랜드·이미지 경쟁’으로 불붙었다. 뭔가 다른 실험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이다. ‘다른 정치인’이란 브랜드, ‘새로운 지도자’란 이미지를 창출하지 못하면 대선을 쉽게 넘볼 수 없다.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절대강자’가 없다는 점도 ‘도토리 키재기 식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원래 호랑이 없는 골짜기에 여우들이 넘쳐나는 법 아닌가. 다들 지지율이 고만고만해 지금부터 점수를 쌓더라도 얼마든지 유력한 대선주자 올라설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왼쪽부터)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이 경기도 수원의 한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며 지방재정과 교육협력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왼쪽부터)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이 경기도 수원의 한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며 지방재정과 교육협력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좀 더 기민한 쪽은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광역단체장에 새로 선출된 새누리당 소속 도지사들이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야당과의 권력 분점’이란 형태로 ‘연정 모델’을 선보였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권한의 일부를 민간에 넘기겠다는 ‘협치 모델’을 추진중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쇄에 이어 무상급식 공격의 최선봉에 서서 ‘보수의 전사(戰士)’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3명 모두 국회에서 다선(남경필 5선, 홍준표 4선, 원희룡 3선)을 쌓으며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들인지라 자신들의 상품을 포장하고 선전하는 데 능란하다. 중앙 정치무대의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혁신위원장도 가만히 앉아 있는 건 아니다. ‘보수의 혁신’을 내건 김무성이 ‘혁신 전도사’를 자임한 김문수를 혁신위원장에 위촉했으니, 두 사람은 ‘혁신 모델’ 동업자인 셈이다.  

남경필의 ‘연정 모델’·원희룡의 ‘협치 모델’

홍준표의 ‘보수의 전사(戰士) 모델’

김무성 김문수의 ‘혁신 동업자 모델’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들의 이미지 경쟁

뽀샵질도 정도껏, 쇼로 끝나지 않으려면…

남경필은 진통 끝에 새정치연합 소속인 이기우 전 의원을 사회통합부지사로 지명하며 ‘연정 모델’의 시동을 걸었다. 명목만 그럴듯한 직책이 아니라 경기도 예산의 25% 안팎을 차지하는 복지·환경·여성가족 분야를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자리라고 하니 이목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대통령제에서 연정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결국 당적이 다른 척 헤이글 국방장관을 경질했다. 정책 갈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헤이글은 공화당 상원의원 출신이다. 공교롭게도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 지명’ 당일에 들려온 소식이다. 불길한 조짐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남경필의 ‘연정 모델’이 성공한다면 ‘새로운 리더십의 지도자’로 우뚝 올라설 테고, ‘껍데기 연정’에 그친다면 오히려 비판이 가중될 것이다. 남경필은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며 비판했다. 그리고 당시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렸다. “큰 그림을 뒤에 숨기고 큰 판을 짜고 있는 듯 보여선 아무것도 안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상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바로 찢어 버리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이 정치인 노무현 자신에게도, 나라에도 좋기 때문이다.” 지금의 남경필이 스스로 다짐하고 되새겨야 할 말이다.

새누리당 원희룡 제주도지사(오른쪽)와 진보로 분류되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당선 후 제주4·3평화공원에서 만나 활짝 웃으며 포옹하고 있다. 2014.6.5
새누리당 원희룡 제주도지사(오른쪽)와 진보로 분류되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당선 후 제주4·3평화공원에서 만나 활짝 웃으며 포옹하고 있다. 2014.6.5
원희룡의 ‘협치 모델’은 협치위원회 구성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원희룡은 도지사 고유의 권한을 도민에게 나눠주는 운영방식이라고 ‘협치 모델’을 설명한다. 관 주도의 일방적 구도를 바꿔 민간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도정에 활용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도의회는 협치위원회가 결국 지사의 사조직이 될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협치를 빙자한 통치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설득과 조정, 타협의 리더십을 발휘해 ‘협치 모델’을 안착시킨다면 원희룡 역시 대선주자로서 새롭게 조명받을 것이다.

홍준표는 ‘돈키호테’란 별명에 딱 어울리는 ‘좌충우돌 행보’를 하고 있다. 그가 진주의료원 폐업과 무상급식 예산 선도적 거부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진보진영의 ‘복지 확충론’을 맨 앞에서 때려 부수는 ‘보수의 전사(戰士)’란 타이틀이다. 그런데 국회의원 시절과 도지사가 된 이후의 논리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는 2010년 한나라당 서민정책특별위원장을 맡아 헌법 경제민주화조항을 금과옥조처럼 얘기했다. 이듬해 당 대표로 뽑힌 뒤엔 반값 등록금과 서민복지 확대, 전월세 상한제 등을 추진했다. 이중국적 한국인의 특권을 없애는 국적법 개정안, ‘반값 아파트 법안’을 맨 처음 제출했던 홍준표지만 도지사가 된 뒤엔 정반대의 노선을 걷고 있다.
경남지역 26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친환경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를 발족하고,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학교 무상급식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적극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경남지역 26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친환경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를 발족하고,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학교 무상급식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적극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입장에 꿰맞춰 논리를 끌어대고 포장하는 솜씨가 현란하다. “10월에는 10월의 논리가 있고 11월엔 11월의 논리가 있다”며 잦은 말 바꾸기를 합리화했던 김종필과 닮았다. 하지만 홍준표의 모순된 행보는 대선 전략으로는 치명적 한계로 작용할 것이다. 마케팅 용어에 ‘브랜드 일관성(Brand Consistency)’이란 게 있다. 한마디로 브랜드는 지조와 일관성에서 형성된다는 얘기다. 컨셉이 오락가락하면 소비자들이 해당 브랜드에 대해 갖는 이미지에 혼선과 불신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왼쪽, 오른쪽을 오락가락하는 홍준표가 딱 그 짝이다.

김문수는 당내 조직도 없고 기반도 약한 편이다. ‘반박’의 구심점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김문수가 기댈 수 있는 건 오로지 당 바깥 ‘대중의 힘’일 수밖에 없다. ‘김문수표 혁신’의 일차적 목표는 국민의 정치 불신과 정치 혐오, ‘반 여의도 정서’를 자극하는 일이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깡그리 없애자고 외치면서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몰아가는 거다. 국회의원들은 죽을 맛이겠지만 대중은 김문수에게 환호한다. 하지만 당내 의원들의 반발이 녹록지 않다. “반대하면 반개혁으로 몰아간다. 인민재판 아니냐.(김태흠 의원)” “한쪽은 김문수 위원장처럼 박수를 받고 한쪽은 구악처럼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지 정말 답답하다. 특정인의 대선행보 위한 실적 쌓기 용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생색내기용, 보여주기 아니냐.(박민식 의원)” 김문수 면전에서 나온 말들이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이 지난 9월25일 국회에서 김무성 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이 지난 9월25일 국회에서 김무성 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무성과 김문수는 ‘혁신 마케팅’을 두고 ‘경쟁적 의존관계’에 있다. ‘김문수표 혁신’이 성과를 내야 김무성도 할 말이 있다. 김문수의 혁신이 좌초하면 김무성도 상처를 입는다. 김무성은 어느 쪽으로든 혁신의 성과가 결판날 때까지는 잠재적 경쟁자인 김문수와 협력적 관계를 이어갈 것이다. 김무성은 당내 조직과 기반은 탄탄하지만 콘텐츠가 풍부한 정치인은 아니다. 전형적인 ‘와이에스(YS) 키드’다. 김영삼이 머리는 빌리면 된다고 했던 것처럼 김무성에겐 당분간 김문수의 콘텐츠와 머리가 필요할 따름이다. 김문수의 혁신안을 융단폭격한 박민식은 김무성의 직계로 분류된다. ‘김문수표 혁신’이 김무성의 당내 조직과 기반을 허물어트린다면? 김무성, 아마 돌아버릴 것이다.

박민식 등의 반발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대중의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건 누구에게도 득이 안 된다는 점은 분명히 해두자. 국민의 정치혐오가 깊어질수록 정치의 문제해결 능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정치가 자신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 테고, 정치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까워하며 ‘정치 때리기’에서 쾌감을 느끼는 이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한국정치의 비극적 악순환이다. ‘김문수표 혁신 마케팅’의 함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연예인이 고급 화장품으로 떡칠한다고 인기가 저절로 솟는 건 아니다. 아무리 ‘뽀샵질’을 해도 그 본질까지 속일 수는 없다. 정치인도 똑같다. 콘텐츠 없는 브랜드는 금세 들통나고 만다. 실체 없는 이미지만으로 대중의 눈을 잠시 속일 수 있겠지만 끝까지 속일 수는 없다. 여권의 잠룡들은 이 점을 알아야 한다.

임석규 기자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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