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
압박 위주 한·미 정책과 다른 목소리
“북 협력 때 뭘 얻을지 알려줘야”
청와대와 발언 조율 여부는 불확실
“북 협력 때 뭘 얻을지 알려줘야”
청와대와 발언 조율 여부는 불확실
미국을 방문중인 류길재(사진) 통일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각) 미국 쪽에 북한에 대한 압박뿐만 아니라 대화와 협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압박 위주였던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을 정부 고위당국자가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모양새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류 장관은 이날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지금까지 한·미는 압박 차원에서 공조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주력했다”며 “하지만 북한에 대한 압박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북한과 대화와 협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한 뒤, 한·미의 역할 분담 문제와 관련해 부연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류 장관의 발언은 한·미의 대북 압박 정책이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한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이 스스로 변화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미국 쪽에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류 장관은 이어 “따라서 한·미 양국은 북한에 대한 관여 차원의 공조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북한이 도발과 고립 대신에 대화와 협력을 선택한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 당국이 남북은 물론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가져올 성과를 체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방향에서 한·미 양국 간에 역할 분담이 이뤄진다면 충분히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5·24 조치 해제 등 남북관계 현안을 포괄적으로 협의해 풀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최근 정부 고위당국자의 발언들이 청와대와 관계부처 등 정부 내 조율 과정을 얼마나 거쳤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이용인 기자 hy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