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조사위’ 예견된 ‘부실’
출발때부터 구성 불균형
‘왜 사업 추진’은 다루지도 않아
구조물 안전 위협하는 ‘파이핑 현상’
용출·누수 등으로 표현 완화
“국토부 깊숙이 개입” 눈총
출발때부터 구성 불균형
‘왜 사업 추진’은 다루지도 않아
구조물 안전 위협하는 ‘파이핑 현상’
용출·누수 등으로 표현 완화
“국토부 깊숙이 개입” 눈총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의 23일 조사 결과 발표는 한마디로 “4대강 사업에 일부 부작용이 있지만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조사평가위 활동에 들어갈 때부터 환경단체 쪽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 결론이다.
조사평가위는 그동안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활동을 표방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를 보면 실제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쪽에 기울었다는 의심을 살 대목이 적지 않다. 발표문의 결론부에서 “보에 대한 보수방안 마련, 수질·수생태계 변화와 하상변동에 대한 조사 평가 등의 후속조처가 조속히 시행되면 4대강이 지속 가능하게 관리될 것”이라고 평가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4대강 사업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보 철거를 포함한 원상회복에 들어갈 것인지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이다. 이 문제는 4대강 사업 실태에 대한 정확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경제적 비용을 따져봐야 판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스스로 이번 조사 평가가 불충분했다고 인정한 조사평가위가 경제적 타당성 평가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4대강이 지속 가능하게 관리될 수 있다고 한 것은 4대강 사업 유지론을 편든 성급한 결론이다.
향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애초에 계획한 활동 기간이 9개월이나 남은 상태에서 이날 서둘러 보고서를 발표하고 사실상 활동을 접기로 한 데도 정치적 고려가 작용됐다. 배덕효 조사평가위 공동위원장(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은 “내년으로 넘어가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어서 이번에 끝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발표문에서 ‘보 상류의 물이 기초지반을 거쳐 나오는 것’이라는 표현으로 논란이 되는 ‘파이핑’이라는 용어 사용을 피한 것에도 눈총이 쏟아진다. 파이핑은 보 구조물 안전과 직결되는 현상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파이핑 현상에 대한 표현이 용솟음, 용출, 누수 등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국토부가 깊숙이 개입했다고 판단된다”며 이른바 ‘마사지’ 의혹까지 제기했다.
조사평가위가 보 위치가 홍수 저감과 가뭄 대비에 효과적인 최적 장소를 고려해 선정되지 않았음을 시사한 것은 4대강 사업이 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됐다는 감사원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하지만 조사평가위는 이 지점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정치적 판단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사업이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되고 추진됐는지, 얼마나 필요한 사업이었는지 등은 처음부터 다루는 범위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1년4개월의 조사평가위 활동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가장 큰 궁금증은 그대로 남은 것이다.
4대강 조사평가위의 이날 발표는 민간 위원회를 통한 4대강 사업 진상 규명의 한계를 보여줌으로써 역설적으로 국회의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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