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헌법상 당-청 마찰 불가피
유신-민주화 `‘향수’도 차이
공천권 경쟁도 이면에 깔려
리더십도 달라 해소 쉽지않아
유신-민주화 `‘향수’도 차이
공천권 경쟁도 이면에 깔려
리더십도 달라 해소 쉽지않아
2일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헤드테이블에 앉았다. 그런데 참석자들은 김무성 대표에게 별로 말을 걸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입법부, 사법부, 지자체, 경제계가 대통령인 자신에게 호흡을 맞춰달라고 주문했다.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은 여당으로서 야당과 정부, 국회와 정부 사이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정말 그렇게 될까?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말과는 달리 두 사람의 갈등이 2015년에도 권력 지형을 뒤흔드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근거가 있다. 세밑 정가에 벌어진 희한한 장면이다. 12월30일 오후 여의도 식당에 모인 친박계 의원들의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확실히 김무성 대표에게 비수를 겨누었다. 같은 시각에 기자들과 송년모임을 하던 김무성 대표는 방어를 시도했지만 당대표로서 체면을 크게 구겼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여의도 정가의 여론은 “‘무대’(김무성 대표의 별명)가 불쌍하다”는 쪽으로 형성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친박들의 반대로 여의도연구원장을 아직도 임명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갈등은 간단하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힘과 가치가 동시에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의 권력’이고 김무성 대표는 ‘미래의 권력’이다. 현재와 미래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명예회복과 자신의 정치적 성공에 필사적이다. 김무성 대표는 2016년 총선 승리와 2017년 재집권에 정치적 목숨이 걸려 있다.
둘째, 권력구조에서 비롯된 근본적인 갈등 요인이 있다. 현행 헌법 체계에서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마찰이 불가피하다. 역대 거의 모든 정권에서 청와대는 집권여당을 통해 국회를 장악하려 했고, 집권여당은 대통령과 청와대에 맞서 대등한 관계를 요구했다.
셋째, 공천권을 놓고 벌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다수 의원들의 충돌이 이면에 깔려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총선에서 어떻게든 공천권을 행사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게 권력의 생리다. 하지만 다수 의원들은 상향식 공천을 희망한다. 상향식 공천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7·14 전당대회에서 상향식 공천을 단단히 약속하고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했다. 새누리당 현직 의원들은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기반이다.
넷째,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다. ‘근대화’와 ‘유신’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스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박정희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이었고 ‘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문하에서 정치를 시작한 김무성 대표의 가슴속 깊은 곳에는 ‘민주화’에 대한 자부심과 향수가 새겨져 있다. 살아온 인생이 다르면 가치관도 다를 수밖에 없다.
다섯째, 리더십과 스타일의 차이도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만기친람’(萬機親覽)을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통큰정치’를 내세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단아하면서도 차갑지만, 김무성 대표는 거칠지만 따뜻한 사람이다.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이라는 말이 있다.
김무성 대표는 7·14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될 때 ‘풍우동주’(風雨同舟)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 뒤 7·30 재보선에서 여당은 압승을 거뒀다. ‘폭풍우’가 사라진 것이다. 외부의 적이 사라지면 다시 원수가 될 수밖에 없다.
여권 사정에 밝은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새해에도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갈등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무대’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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