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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찌라시’가 대통령 기록물? ‘허위 내용’이 공무상 비밀?

등록 2015-01-06 20:36수정 2015-01-06 21:39

‘정윤회 보고서’ 법정 공방 예고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49·경정) 전 행정관은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 등 허위 문건을 작성하고 이를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이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하는데다, 문건의 성격을 놓고 법조계의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조 전 비서관과 검찰이 무대를 옮겨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청와대 문서 25건을 유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문건은 두 갈래로 유출됐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건 17건을 박지만 이지(EG) 회장 쪽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고, 박 경정이 따로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장 사무실로 빼돌린 문건은 14건이다. 이 가운데 ‘정윤회 보고서’ 등 6건은 양쪽 경로로 공히 유출됐다. 검찰은 이 문건 모두가 ‘대통령기록물’이기 때문에 유출한 행위 자체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혐의의 적용을 놓고는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찌라시’ 수준의 내용을 발췌·정리한 것을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느냐는 의견과, 단순히 편의를 위해 구두보고한 사안을 ‘문서화’한 것까지 문제삼으면 처벌 범위가 너무 넓어진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더욱이 조 전 비서관은 문건 유출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박 회장 쪽에 건넨 것으로 인정하는 6건은 주변 관리를 경고하기 위한 ‘메모’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리와 사실관계 양쪽에서 팽팽하게 맞붙고 있는 형국이다.

문건 내용을 공무상 비밀로 볼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유출한 것으로 지목된 17건 가운데 ‘정윤회 보고서’ 등 10건에 대해서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했다. ‘정윤회 보고서’ 내용을 허위사실로 규정하고도 공무상 비밀이라고 한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1999년 ‘옷로비 사건’에서 “실질적으로 비밀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고 그 내용이 알려질 경우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내용인 경우 공무상 비밀로 인정할 수 있다”는 판례를 내놨다. 대법원은 이런 기준에 따라 ‘검찰총장 부인이 고가의 옷값을 대신 내달라고 요구했다는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청와대 사직동팀 내사 보고서를 유출한 김태정 전 검찰총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 정도는 공무상 비밀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엄격한 기준에 따르면 검찰 스스로 ‘찌라시’라고 결론내린 ‘정윤회 보고서’가 공무상 비밀이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공개됐을 때 사회에 주는 영향, 국정 운영에 주는 영향을 고려해 공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판례는 비밀 유지의 필요성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공무상 비밀을 판단하지만,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공무상 비밀이 아닌 이상 허위사실 자체를 공무상 비밀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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