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은 국가의 기록문화라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와 검증을 거쳐야 한다. 지난 2일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국가기록원 안에 마련된 대통령기록관 전시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취임식 장면이 상영되고 있다. 성남/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이명박 회고록 어떻게 썼나
이명박 회고록 어떻게 썼나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 초고를 쓰고 집필회의에 참여한 ‘박용석 작가’는 극보수 인터넷 매체인 ‘자유네티즌협의회’(폴리젠) 운영위원, ‘뉴라이트폴리젠’ 운영위원장, ‘엔파람’ 대표 등의 경력을 가진 것으로 <한겨레> 취재 결과 6일 확인됐다.
대통령의 회고록을 집필하는 것은 작가로서 큰 경험이다. 그저 기계적으로 문장을 만드는 게 아니라 대통령에게 신뢰감을 주며 교감해야 하므로, 글쟁이로서의 능력이 어지간하지 않으면 그 일을 하기 어렵다. 국내외 다른 대통령 회고록의 경우 집필 실무 주무를 맡았거나(김택근, 윤무한), 출간 주무를 맡은 사람(손주환)이 누군지 공개돼 있다. 상업적 회고록 발간이 관행이 된 미국의 경우도 그렇다. 작가들이 다퉈 대통령 회고록 집필에 참여하길 청한다. 이 점에서 <대통령의 시간>은 특이하다. 이 전 대통령 쪽은 작가가 누군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참여했는지 언론에 확인해주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 말미에 집필 과정에 대해 “박용석 작가는 초고를 작성하고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반영했다”고 밝혔다.
<한겨레> 취재 결과 ‘박용석 작가’는 뉴라이트 계열의 극보수 매체에서 활동한 논객 출신으로 밝혀졌다. <한겨레>가 6일 박 작가에게 전화로 “‘시대유감’이라는 필명으로 ‘뉴라이트폴리젠’ 등에서 활동했거나 공성진 전 새누리당 의원의 대담집에 참여했던 분 맞느냐”고 묻자, 박 작가는 회고록 집필에 참여한 사실에 대해서는 맞다고 하면서도 이전 보수 논객으로 활동했던 경력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그건(경력은) 기사에 쓰지 마라. 그 질문에 지금 답할 계제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인정했다. 공성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2008년 박용석 당시 ‘엔파람’ 대표(시대유감), 뉴라이트바른정책포럼의 오경섭씨와 대화를 나눈 대담집 <시장이 보인다-공성진의 시대유감>(도서출판 시대정신)을 펴냈다. 당시 출판사는 “공성진 의원과 두명의 젊은 뉴라이트 인사들이 나눈 대담을 정리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 전 대통령 쪽은 구체적으로
집필자가 어느 정도 참여했는지
언론에 확인해주지 않아
“박용석 작가가 초고만 작성 뒤
의견 종합해 반영했다”고만 박용석 작가는 뉴라이트 계열
극보수 매체에서 활동한 논객
본인은 “지금 답할 계제 아니다”
왜 필력이 검증되지 않은
보수논객에게 집필 맡겼을까 회고록 작가에게 정치적 성향이 있음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다만 다른 대통령 회고록과 달리 과거 경력과 집필 참여 정도 등을 밝히지 않은 점, 필력이 검증되지 않은 보수 논객에게 집필을 맡긴 점이 특이하다. 김두우 전 수석에게 <한겨레>가 4일과 6일 두차례 전화로 ‘박 작가의 대표작과 주요 경력’을 묻고 ‘박 작가가 뉴라이트폴리젠 등 논객 활동을 했는지 등’에 대해 물었으나 김 전 수석은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김 전 수석은 6일 통화에서 “박 작가에게 (내가) 경력을 물었으나 박 작가가 ‘특별히 밝힐 게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전 수석은 “내부 추천으로 면접을 통해 (박 작가를) 정했다”고 밝혔다. 회고록 작가의 존재감이 희미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와 미국의 기록문화에 대한 책 <대통령의 욕조>(삼인)를 쓴 미국 워싱턴 인터내셔널센터 ‘키손’(Korea Information Service on Net) 프로젝트의 이흥환 선임편집위원은 지난 4일 통화에서 한국의 대통령 회고록 문화에 대해 “미국에서는 회고록 쓰는 사람이 대통령 한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대통령에 대해 훤히 꿰는 전문가들이다. 클린턴 회고록을 쓸 경우 케네디, 아이젠하워 등 역대 대통령이 클린턴과 뭐가 달랐는지 알아야 한다. 그걸 모르고 클린턴을 쓰면 객관성이 없다. 대필자의 위상이 막강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레이건 전 대통령은 보수적인 입장으로 베를린 장막을 무너뜨린 공적은 있지만 신자유주의 태동이 그때 됐다. 그런 걸(명암을) 회고록에 쓴다. <용비어천가>만은 아니다. 우리는 재임 기간 동안에 일어났던 일, 잘한 것만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홍보팀은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과거 랜덤하우스중앙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 책을 출판한 경력이 있었다. 서울시장 마치고 쓴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다. 그 인연으로 알에이치코리아와 계약했다”고 밝혔다. 1쇄를 약 1만5000부 찍었다고 알에이치코리아는 밝혔다. 인세액은 밝히기를 거부하면서 “다른 저자들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만 밝혔다. “인세가 전부 청계재단에 귀속된다”고 알에이치코리아는 밝혔다. 공개 과정에도 우여곡절이 있다. 김 전 수석의 기자회견 설명을 종합하면 애초 이 전 대통령 쪽은 일요일인 2월1일 기자회견을 열어 회고록을 소개하고 2월2일 서점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기자회견을 앞당겨 1월30일에 했다. 김 전 수석은 “한 언론사에서 (회고록) 전문을 입수해갔다. 그래서 회고록 설명회를 오늘(30일)로 앞당겼다”고 밝혔다. 집필진에서 파일이 누출됐는지 출판사에서 누출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양적인 면에서 ‘작가 이명박’은 다작의 저자다. 정치에 뛰어들기 전, 1995년 <신화는 없다>(김영사)를 낸 뒤 2014년까지 한국어판·일본어판·영어판·중국어판 자서전·저서 단독 단행본이 국회도서관 검색 기준, 모두 11권이다. 공저나 세미나 자료를 포함하면 더 많다. 일본어판·영어판·중국어판의 경우 한국어판을 번역한 것으로 내용은 동일하다. 많은 저서를 냈으니 이 전 대통령이 기록, 활자, 책에 대해 더 무게감을 갖고 있으리라 추측해볼 수 있다. 그리 기대하는 국민도, 일부 있을 것 같다. 이번 회고록이 그 기대에 미치는지는 의견이 갈릴 것 같다. 이흥환 편집위원은 대통령 회고록의 무게감을 지적했다. 그는 4일 통화에서 ‘대통령 회고록의 중요성’을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회고록은 대통령이 어떤 자리매김을 하느냐 평가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회고록이 평가를 못 받는다고 생각해 보라. 그건 재임 기간의 존재가 무시당하는 거다. 그래서 회고록은, 해외판이 나올 정도로 (잘) 써야 된다. 굉장히 조심스럽고 신중하고 정성을 다해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고나무 박유리 윤형중 기자 dokko@hani.co.kr
집필자가 어느 정도 참여했는지
언론에 확인해주지 않아
“박용석 작가가 초고만 작성 뒤
의견 종합해 반영했다”고만 박용석 작가는 뉴라이트 계열
극보수 매체에서 활동한 논객
본인은 “지금 답할 계제 아니다”
왜 필력이 검증되지 않은
보수논객에게 집필 맡겼을까 회고록 작가에게 정치적 성향이 있음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다만 다른 대통령 회고록과 달리 과거 경력과 집필 참여 정도 등을 밝히지 않은 점, 필력이 검증되지 않은 보수 논객에게 집필을 맡긴 점이 특이하다. 김두우 전 수석에게 <한겨레>가 4일과 6일 두차례 전화로 ‘박 작가의 대표작과 주요 경력’을 묻고 ‘박 작가가 뉴라이트폴리젠 등 논객 활동을 했는지 등’에 대해 물었으나 김 전 수석은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김 전 수석은 6일 통화에서 “박 작가에게 (내가) 경력을 물었으나 박 작가가 ‘특별히 밝힐 게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전 수석은 “내부 추천으로 면접을 통해 (박 작가를) 정했다”고 밝혔다. 회고록 작가의 존재감이 희미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와 미국의 기록문화에 대한 책 <대통령의 욕조>(삼인)를 쓴 미국 워싱턴 인터내셔널센터 ‘키손’(Korea Information Service on Net) 프로젝트의 이흥환 선임편집위원은 지난 4일 통화에서 한국의 대통령 회고록 문화에 대해 “미국에서는 회고록 쓰는 사람이 대통령 한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대통령에 대해 훤히 꿰는 전문가들이다. 클린턴 회고록을 쓸 경우 케네디, 아이젠하워 등 역대 대통령이 클린턴과 뭐가 달랐는지 알아야 한다. 그걸 모르고 클린턴을 쓰면 객관성이 없다. 대필자의 위상이 막강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레이건 전 대통령은 보수적인 입장으로 베를린 장막을 무너뜨린 공적은 있지만 신자유주의 태동이 그때 됐다. 그런 걸(명암을) 회고록에 쓴다. <용비어천가>만은 아니다. 우리는 재임 기간 동안에 일어났던 일, 잘한 것만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홍보팀은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과거 랜덤하우스중앙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 책을 출판한 경력이 있었다. 서울시장 마치고 쓴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다. 그 인연으로 알에이치코리아와 계약했다”고 밝혔다. 1쇄를 약 1만5000부 찍었다고 알에이치코리아는 밝혔다. 인세액은 밝히기를 거부하면서 “다른 저자들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만 밝혔다. “인세가 전부 청계재단에 귀속된다”고 알에이치코리아는 밝혔다. 공개 과정에도 우여곡절이 있다. 김 전 수석의 기자회견 설명을 종합하면 애초 이 전 대통령 쪽은 일요일인 2월1일 기자회견을 열어 회고록을 소개하고 2월2일 서점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기자회견을 앞당겨 1월30일에 했다. 김 전 수석은 “한 언론사에서 (회고록) 전문을 입수해갔다. 그래서 회고록 설명회를 오늘(30일)로 앞당겼다”고 밝혔다. 집필진에서 파일이 누출됐는지 출판사에서 누출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양적인 면에서 ‘작가 이명박’은 다작의 저자다. 정치에 뛰어들기 전, 1995년 <신화는 없다>(김영사)를 낸 뒤 2014년까지 한국어판·일본어판·영어판·중국어판 자서전·저서 단독 단행본이 국회도서관 검색 기준, 모두 11권이다. 공저나 세미나 자료를 포함하면 더 많다. 일본어판·영어판·중국어판의 경우 한국어판을 번역한 것으로 내용은 동일하다. 많은 저서를 냈으니 이 전 대통령이 기록, 활자, 책에 대해 더 무게감을 갖고 있으리라 추측해볼 수 있다. 그리 기대하는 국민도, 일부 있을 것 같다. 이번 회고록이 그 기대에 미치는지는 의견이 갈릴 것 같다. 이흥환 편집위원은 대통령 회고록의 무게감을 지적했다. 그는 4일 통화에서 ‘대통령 회고록의 중요성’을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회고록은 대통령이 어떤 자리매김을 하느냐 평가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회고록이 평가를 못 받는다고 생각해 보라. 그건 재임 기간의 존재가 무시당하는 거다. 그래서 회고록은, 해외판이 나올 정도로 (잘) 써야 된다. 굉장히 조심스럽고 신중하고 정성을 다해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고나무 박유리 윤형중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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