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12일 한국석유공사·해외자원개발협회 기관보고를 시작으로 해외자원개발의 혈세 낭비와 부실 의혹 등을 본격적으로 따지기 시작했다. 이날 국조특위에서는 자원개발 실패 사례로 꼽히는 캐나다 유전개발업체 하베스트의 자회사 ‘날’(NARL) 인수 결정 당시 석유공사가 해외투자의 기준이 되는 내부수익률(IRR)을 조작해 사업을 추진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날 공개한 석유공사의 리스크관리위원회 회의(2009년 10월26일) 자료를 보면, 날을 포함한 하베스트의 내부수익률은 5.0%로, 석유공사 내부 기준(해외유전개발사업 평가기준 및 투자의사결정 절차)인 8~10%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수익률은 에너지 공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 사업 투자와 진행 시 경제성을 판단하는 척도다.
박 의원은 “다음날 열린 석유공사의 경영위원회에서 내부수익률이 8.3%로 둔갑해 안건이 통과될 수 있었다”며 “하루 만에 3.3%(포인트)가 오른 것인데 이게 정상이냐”고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에게 따져 물었다.
박 의원에 따르면, 2012년 4월 감사원 감사에서 안건 작성 담당자가 “일주일 안에 이사회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지시받아 급하게 작성하다 보니 내부수익률까지 신경쓰지 못했는데, (리스크관리위원회 회의 뒤) 재무처장이 내부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해 많이 걱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당자는 또 “신규사업처장이 ‘총 투자액과 총 현금흐름액을 기준으로 다시 작성해보라’고 지시해 경영위원회 (회의) 때에는 8.3%로 맞출 수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애초 보고서상으로는 석유공사 내부기준에 미달해 투자가 어려웠는데, 하루 만에 보고서 수치가 바뀌면서 투자 가능한 사업으로 둔갑한 셈이다. 이에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은 “절차가 잘못된 것 같다. 당시 자료를 못 봤지만 내부수익률을 마음대로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또 같은 당 전정희 의원은 “석유공사가 2009년 10월20일 국내 정유사인 지에스(GS)칼텍스로부터 ‘날의 효율성이 낮다’는 경제성 검토를 받고도 다음날인 21일 인수계약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하베스트 날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에도 석유공사가 1조3700억원에 인수한 뒤 지난해 329억원에 매각해 대표적인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의 실패 사례로 꼽히는 사업이다. 하베스트 날 인수 전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은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현 경제부총리)과 여러 차례 만난 정황이 <한겨레>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은 국조특위 위원들의 계속된 추궁에 “날 손실 등으로 국민에게 송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새누리당은 “정치적 공세로 자원외교를 위축시킨다면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될 것이다”(김태흠 의원),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 자원개발의 요체다”(권성동 의원)라며 “일부 사업의 손실을 전체 사업 실패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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