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하베스트 인수를 직접 지시한 것이 아니냐’고 따져묻자 강한 어조로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야 의원들 책임 추궁에
“하베스트 인수 지시 안해” 발뺌
“드릴말씀 없다” 노골적 불쾌감
야 의원들이 답변태도 문제삼자
여당 의원들 퇴장…1시간 중단돼
“하베스트 인수 지시 안해” 발뺌
“드릴말씀 없다” 노골적 불쾌감
야 의원들이 답변태도 문제삼자
여당 의원들 퇴장…1시간 중단돼
24일 기획재정부·감사원 등을 상대로 계속된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는 대표적인 자원개발 실패 사례로 꼽히는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 날’ 인수 결정 과정에서의 최경환 경제부총리 책임 여부를 두고 야당 위원들의 추궁이 집중됐다. 야당 위원들은 감사원 감사자료 등을 통해 당시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었던 최 부총리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정황을 따져물었지만, 최 부총리는 “지시한 바가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석유공사 관계자가 감사원에 쓴 확인서를 공개하며 “당시 (석유공사) 신규사업1처장이 쓴 감사원 확인서에 ‘석유공사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 등 고위층이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는 진술이 있다”고 말했다. 최민희 의원도 “강영원 전 사장도 ‘최 장관이 지시했다’, ‘정부 사전보고 없이 인수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며 “최 장관이 (당시 지경부 장관)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성과를 내야 하니까 ‘(하베스트 인수를) 반드시 성사시켜라’라고 한 것 아니냐”고 압박했다.
2009년 10월 한국석유공사가 하베스트 인수 계약 당시 부실자산인 정유 부문 ‘날’을 인수하는 데 당시 주무부처 장관인 최 부총리 지시 없이는 결정이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강 전 사장과 석유공사 관계자들은 최 부총리에게 “‘날’ 인수를 보고했고 지시받았다”고 감사원에 진술한 바 있다. 하베스트 ‘날’은 지난해 329억원에 매각해 1조5000억원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최 부총리는 하베스트 인수 사흘 전인 2009년 10월18일 캐나다에서 귀국한 강 전 사장과 만난 사실은 인정했지만 “사전에 약속 없이 강 사장이 찾아와 5분 내외 정도 만난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구체적 보고를 받지 않아 하베스트 날 관련해 잘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식경제부 자원개발총괄과장이 강 전 사장에게 ‘인천공항에서 바로 지경부로 오라’고 전화했다는 (감사원 감사) 자료가 있다”는 김관영 의원의 지적에도 “그런 일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보고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가 “5분 정도 짧게 만났다. 신중히 검토하라고만 했다”고 말을 바꾼 바 있다.
김 의원은 “감사원에서 강 전 사장만 검찰에 고발하고 최 부총리는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날 국조특위에 출석한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강 전 사장 진술에서 ‘지시’라는 말이 나오지만 최 부총리가 ‘매수를 지시했다’는 진술은 없다”고 해명했다.
답변을 듣던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당시 석유공사) 보도자료에는 (하베스트 인수 사업 주체를) ‘정부와 석유공사’라고 표현했다. 정부 주도하에 사업이 이뤄졌다는 증거”라며 “(부총리가) 책임 없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주도했는지, 한승수 국무총리인지, 왕차관 박영준 차관이 한 건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몰아세우자, 최 부총리는 “어이가 없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내비쳤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답변 태도를 문제 삼자, 여당 의원들이 “(최 부총리에게) 답변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퇴장해 국조특위가 1시간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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