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수사 대상은
이명박 정부에서 공기업이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뿌린 돈은 31조원이 넘는다. 이 돈이 흘러들어간 80여개 사업을 둘러싼 엄청난 이권이 형성됐었다. 더구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추진한 대형 사업들에서 ‘검은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찬조금 수수 의혹이 풀어야 할 수사 대상이다. 2010년 1월 볼리비아에서 한국 기업인들이 이 전 의원에게 주기 위해 약 8000달러(약 900만원)의 찬조금을 걷었다는 구체적 증언은 이미 나왔다. 대기업들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 이 돈이 이 전 의원에게 건네졌는지, 아니면 중간에 이른바 ‘배달사고’가 났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많게는 수조원 사업의 성사 대가로 오간 돈 가운데 ‘검은돈’이 적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석유공사의 한 팀장은 2008년 2월 이라크 쿠르드 총리 쪽으로부터 사례금 명목으로 1만2000달러(약 1320만원)를 전달받았다. 공사 경영진은 당시 사례금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회계 처리하지 않았다. 대신 “향후 쿠르드 정부 쪽에서 요구할 것들에 대비해 보관하라”고 지시했다. 의미하는 바가 크다. 불투명한 돈거래 가능성을 적시해주기 때문이다.
실제 2009년 석유공사가 카자흐스탄 유전개발 업체인 숨베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석유공사 전·현직 직원이 리베이트 명목으로 28억원가량(254만5000달러)을 챙긴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많은 자원개발 사업이 중간에 거간꾼을 끼고 이뤄지는 만큼 중개수수료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런 뒷돈이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투명성이 떨어지는 나라들에서 거래된 큰 사업의 경우 수천억원씩 오가는 이른바 ‘사이닝 보너스’(서명 보너스)도 수사 대상이다. 제대로 돈이 건너갔는지, 사업 대가로 일부 돈이 역류하거나 제3자에게로 흘러들어갔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석유공사가 쿠르드 천연자원부 장관 계좌로 송금한 세차례의 서명 보너스 가운데 한건이 쿠르드가 아닌 영국 런던 소재의 에이치에스비시(HSBC) 은행 계좌로 들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또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과 관련해서 최규선 유아이에너지 대표가 쿠르드 정부로부터 받은 의문의 ‘돈뭉치’들이 규명 대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씨는 2012년 8월17일 쿠르드 정부로부터 이동식 발전설비 공사대금 명목으로 2100만달러(228억여원)를 받았으나, 당시 이 공사는 시운전조차 한 적이 없는 상태였다. 최씨는 애초 석유공사의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에 참여하려다가 공사 쪽 반대로 무산 위기에 놓이자, 쿠르드 정부에 로비해 결국 사업 지분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실 해외자원 개발사업에서 나타나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업비다. 광물자원공사의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사업이 대표적이다. 투자비 증가 등으로 8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추정되고 있다. 이 사업에 투자한 미국 수출입은행은 볼레오에서 ‘사기성 돈거래’가 있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인수 뒤에도 이런저런 사업비 명목으로 빠져나간 돈들이 제대로 쓰여졌는지 수사로 밝혀야 한다.
임인택 김정필 최현준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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