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을 보궐선거 후보자 인터뷰 / 천정배 무소속 후보
천정배 무소속 후보자를 지난 15일 오후 3시 광주 서구 금호동 선거대책사무소에서 만났다. 그는 ‘호남정치 부활’을 강조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대선 주자 12명 중 호남사람 없어
호남정치의 부활이 필요하다
새정치연합의 광주 기득권부터
깨는 것이 모든 것의 출발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등의
소유물이 돼버린 당 구조에선
세력 모을 수 있는 힘 없었다
구세력 안에선 내 실패를 자인
건강한 시민 힘 모아 개혁해야 천 후보는 경기 안산에서 4선을 했고 19대 총선에선 서울 송파에서 출마했다. 고향도 목포다. 그가 광주에서 출마하며 ‘호남정치 부활’을 내건 속내가 궁금했다. -왜 하필 광주에서 출마하나. 호남의 맹주가 되겠다는 거 아닌가? “그건 아니다. 내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선 내 책임도 크다. 문제의식도 빈곤했고, 국회의원 4선 하면서 호남 사람들로부터 지원과 기대를 받았지만 정치적 힘을 가지지 못했다. 아쉽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호남정치 부활이란 절대적 명제에 뭔가 기여하고 싶다. 수도권에서 광주로 옮긴 건 내 약점이요, 허물이지만 호남정치 부활이란 대의명분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다. 개혁적 정치세력을 잘 키워내고 야당도 변모시켜서 진짜 좋은 정권으로 교체될 수 있는 견인차 구실을 호남에서 하자는 것이다.” 그는 지금 ‘정치적 외톨이’에 가깝다. 국민모임 합류도 거부했고, 정의당 강은미 후보와도 겨뤄야 한다. -당선돼도 ‘나 홀로 무소속’인데 무슨 힘으로 호남정치를 부활시키겠다는 건가? “저 혼자가 아니다. 당 안에 있는 정치인 중에서도 변화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당선되면 호남 민심이 내가 주장해온 비전에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거다.” -신당을 만들겠다는 건가? “당을 만들 힘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내년 총선에서 참신한 사람들을 모아볼 생각이다. 바람직한 비전과 실력을 지닌 인물, 시민을 잘 대변하고 섬겨서 국회의원 잘하겠다고 생각되는 인물이 광주에만 수십명은 된다. 내가 이번에 승리하면 그런 인물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내년 총선에 나올 것이다.” -신당 형태가 아니면 무소속 연대인가? “처음엔 무소속 연대의 형태일 수 있다. 최소한 내년 총선에선 경쟁입찰 구조를 만들겠다는 거다. 광주 8군데엔 다 좋은 사람이 후보로 나갈 것이다.” -호남 이외의 지역에선 어떻게 할 건가? “호남은 새누리당이 어부지리할 걱정이 없는 곳이다. 전라도 바깥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꾀하겠다는 말까진 못하겠다. 사람만 모으는 게 아니라 정치세력으로서 비전을 세울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달라지나? “내가 당선되면 미꾸라지들 모여 있는 곳에 메기 한 마리가 출현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국회의원 모두 살아남기 위해 엄청난 변화를 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는 새정치연합의 정책과 노선보다 행태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가 내건 ‘유능한 경제정당,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는다. 이미지 정치에 그치지 않고 내용을 채우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창당 주역이고 원내대표, 최고위원, 장관까지 했는데 당내에서 호남정치를 개혁할 수는 없었나? 꼭 탈당을 해야 했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당을 지켜보신 분들은 알 거다. 비대위나 전당대회 과정에서 누구도 당의 변모 가능성을 기대한 사람이 없다. 내가 동교동계 들이받고 친노에도 가담하지 않고 계파정치, 패권주의 정치 안 했다. 그래서인지 힘이 없었다. 당내에서 변화와 쇄신을 이뤄보려는 노력을 했지만 도저히 가망이 없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정치란 게 세력을 규합해서 힘을 모으는 능력 아닌가. 당내에서 실패했는데 밖에 나온다고 성공할 수 있나? “그 지적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당이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등 기득권자들의 소유물이 돼버렸다. 이들이 모든 걸 결정하는 구조에선 도저히 세력을 모을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구세력 안에서는 내가 실패했다고 자인한다. 그러니 건강한 시민의 힘으로 개혁하자는 거다. 정의롭고 정치 수준이 높은 광주 유권자들의 힘을 모아 제대로 된 정치세력을 만들어 보려는 것이다.” -지금 야당으론 정권교체 희망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오르는 추세고 문재인 대표 지지율도 1위를 달린다. “대선 2년6개월 전에 지지율 높았던 사람이 대통령 된 전례가 없다.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 바라는 사람이 60%가 넘었는데도 문재인 후보가 떨어졌다. 다 이길 수 있는 대선에서 졌다. 그 이후에도 ‘친노 계파’의 행태에 눈곱만큼도 변화가 없다. 총선도 다 이긴다고 했는데 졌다. 왜 졌는지 반성도 성찰도 없다.” -문재인 대표 취임 이후 비교적 탈계파 행보를 하고 있지 않나? “좋게 말하면 ‘친노’의 확장이다. 패권의 확장일 뿐 본질은 변한 게 없다. 이런 피상적 접근으론 집권할 수 없다.” -전략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한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전략공천을 받을 수도 없었다. 경선에 참여하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그렇게 당선돼봤자 131번째 미꾸라지밖에 되지 않는다. 난 미꾸라지가 아니라 메기가 되고 싶다.” 자신이 당선되는 게 문재인 대표에게도 좋을 거란 천 후보 얘기는 결국 ‘메기론’과 맥이 닿아 있는 듯했다. 호남정치를 개혁해야 야당이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그 힘으로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광주/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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