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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천정배 “‘호남 정치’, 이제 경쟁입찰을 하자”

등록 2015-04-17 20:15수정 2015-04-19 12:45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 후보자 인터뷰 / 천정배 무소속 후보
천정배 무소속 후보자를 지난 15일 오후 3시 광주 서구 금호동 선거대책사무소에서 만났다. 그는 ‘호남정치 부활’을 강조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천정배 무소속 후보자를 지난 15일 오후 3시 광주 서구 금호동 선거대책사무소에서 만났다. 그는 ‘호남정치 부활’을 강조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8층 건물 꼭대기층에 있는 사무실은 시끌벅적 북적였다. 이곳저곳에 ‘민심천심’ 같은 글귀가 붙어 있었다. 천정배 후보는 밥 먹을 틈도 없다며 인터뷰 도중에 도시락을 꺼냈다. 꼭 탈당을 해야 했는지, ‘호남 정치 부활’이란 구호가 지역주의와 뭐가 다른지 묻자 대중연설을 할 때처럼 목소리가 올라갔다. 입에 들어간 날치알 김밥에서 알갱이가 튀어나와 흩날렸다. 녹음기를 끄고 일어서자 천 후보가 알 듯 모를 듯 한 말을 했다. “내가 당선되는 게 문재인 대표한테도 도움이 될 거요.”

-바닥 민심이 ‘천심’에 있다고 확신하나?

“판세는 후보가 가장 잘 안다. 한달 넘게 지역에 다녔는데 계속 좋아지고 있다. 오늘 선거한다면 많이 이길 거다.”

-2주 남았는데 변수가 있지 않을까?

“무소속 해보니 그 어려움을 알겠더라. 새정치연합이 국회의원, 보좌진을 인해전술로 투입한다.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에서 조직 동원 선거를 하면 내가 위험하다.”

-박지원 의원,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가 조영택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이후 민심이 달라진 게 있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천정배는 미래를 얘기하고 있는데 당 후보니까 무조건 찍으라는 각본은 옳지 않다.”

‘호남정치 부활’이 또다른 지역주의 아니냐고 따지자 공세적으로 반론을 폈다. 호남정치 부활을 종교적 소명처럼 여기는 듯했다.

-‘호남정치 부활’을 주장하는데 그 요체가 뭔가?

“호남은 사회·문화적으로 차별받았고 경제적 낙후도 심각한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력이 없다. 호남의 정당한 이익을 지킬 수 있는 정치력을 만들어보자는 거다. 디제이(DJ) 이후 호남엔 인물이 없다고 하는데 실제로 1~2%라도 지지율이 되는 대선주자 12명 가운데 호남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기대되는 인물도 없다.”

-호남의 정치인들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거 아닌가?

“기득권에 취해 있다. 젊고 유망한 정치인이 태어나지 못하는 풍토가 돼있다. 인물이 나올 것 같지 않다. 뭔가 막혀 있다.”

-호남이란 이름으로 정치를 하면 결국 지역주의 정치 아닌가?

“차별과 낙후를 시정하자는 건데 호남정치를 얘기하면 그 자체를 지역주의로 매도한다. 일본강점기 때 조선 독립 하자고 외치면 그게 잘못인가. 호남정치를 말하는 게 일종의 터부로 돼있다. 터부 밑에 진실이 있는 법이다.”

-‘호남의 정당한 이익’이란 게 뭔가?

“야당에서 대통령이 나온다면 그 표의 절반은 호남인들이 찍은 표일 거다. 표는 호남이 쥐고 있는데 호남을 대변하는 정치가 없다. 이게 문제의 본질이다. 지금의 호남정치는 기득권과 패권을 유지하려고 중앙만 바라본다.”

-천정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호남정치’란 슬로건을 못마땅해하는 이들이 제법 있더라.

“호남정치 부활이 호남만의 대의가 아니다. 평등의 문제는 어떤 형태의 차별도 반대하는 것이 보편적 인권의 법칙이다. 영남 사람들도 영남정치의 부활을 얘기했으면 좋겠다. 새누리당 기득권 구조의 포로가 되지 말고 제대로 된 개혁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젊은층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 같다. 호남정치 부활이란 구호의 호소력이 부족한 거 아닌가?

“그렇지 않다. 광주의 양식 있는 분들은 새정치연합이 광주에서 지닌 기득권, 패권에 학을 뗀다. 이것을 깨는 것이 모든 것의 출발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정치가 그동안 수의계약만 해왔는데 이제 경쟁입찰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어느 경제인이 얘기하더라.”

1~2%라도 지지율이 나오는
대선 주자 12명 중 호남사람 없어
호남정치의 부활이 필요하다
새정치연합의 광주 기득권부터
깨는 것이 모든 것의 출발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등의
소유물이 돼버린 당 구조에선
세력 모을 수 있는 힘 없었다
구세력 안에선 내 실패를 자인
건강한 시민 힘 모아 개혁해야

천 후보는 경기 안산에서 4선을 했고 19대 총선에선 서울 송파에서 출마했다. 고향도 목포다. 그가 광주에서 출마하며 ‘호남정치 부활’을 내건 속내가 궁금했다.

-왜 하필 광주에서 출마하나. 호남의 맹주가 되겠다는 거 아닌가?

“그건 아니다. 내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선 내 책임도 크다. 문제의식도 빈곤했고, 국회의원 4선 하면서 호남 사람들로부터 지원과 기대를 받았지만 정치적 힘을 가지지 못했다. 아쉽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호남정치 부활이란 절대적 명제에 뭔가 기여하고 싶다. 수도권에서 광주로 옮긴 건 내 약점이요, 허물이지만 호남정치 부활이란 대의명분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다. 개혁적 정치세력을 잘 키워내고 야당도 변모시켜서 진짜 좋은 정권으로 교체될 수 있는 견인차 구실을 호남에서 하자는 것이다.”

그는 지금 ‘정치적 외톨이’에 가깝다. 국민모임 합류도 거부했고, 정의당 강은미 후보와도 겨뤄야 한다.

-당선돼도 ‘나 홀로 무소속’인데 무슨 힘으로 호남정치를 부활시키겠다는 건가?

“저 혼자가 아니다. 당 안에 있는 정치인 중에서도 변화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당선되면 호남 민심이 내가 주장해온 비전에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거다.”

-신당을 만들겠다는 건가?

“당을 만들 힘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내년 총선에서 참신한 사람들을 모아볼 생각이다. 바람직한 비전과 실력을 지닌 인물, 시민을 잘 대변하고 섬겨서 국회의원 잘하겠다고 생각되는 인물이 광주에만 수십명은 된다. 내가 이번에 승리하면 그런 인물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내년 총선에 나올 것이다.”

-신당 형태가 아니면 무소속 연대인가?

“처음엔 무소속 연대의 형태일 수 있다. 최소한 내년 총선에선 경쟁입찰 구조를 만들겠다는 거다. 광주 8군데엔 다 좋은 사람이 후보로 나갈 것이다.”

-호남 이외의 지역에선 어떻게 할 건가?

“호남은 새누리당이 어부지리할 걱정이 없는 곳이다. 전라도 바깥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꾀하겠다는 말까진 못하겠다. 사람만 모으는 게 아니라 정치세력으로서 비전을 세울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달라지나?

“내가 당선되면 미꾸라지들 모여 있는 곳에 메기 한 마리가 출현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국회의원 모두 살아남기 위해 엄청난 변화를 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는 새정치연합의 정책과 노선보다 행태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가 내건 ‘유능한 경제정당,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는다. 이미지 정치에 그치지 않고 내용을 채우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창당 주역이고 원내대표, 최고위원, 장관까지 했는데 당내에서 호남정치를 개혁할 수는 없었나? 꼭 탈당을 해야 했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당을 지켜보신 분들은 알 거다. 비대위나 전당대회 과정에서 누구도 당의 변모 가능성을 기대한 사람이 없다. 내가 동교동계 들이받고 친노에도 가담하지 않고 계파정치, 패권주의 정치 안 했다. 그래서인지 힘이 없었다. 당내에서 변화와 쇄신을 이뤄보려는 노력을 했지만 도저히 가망이 없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정치란 게 세력을 규합해서 힘을 모으는 능력 아닌가. 당내에서 실패했는데 밖에 나온다고 성공할 수 있나?

“그 지적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당이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등 기득권자들의 소유물이 돼버렸다. 이들이 모든 걸 결정하는 구조에선 도저히 세력을 모을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구세력 안에서는 내가 실패했다고 자인한다. 그러니 건강한 시민의 힘으로 개혁하자는 거다. 정의롭고 정치 수준이 높은 광주 유권자들의 힘을 모아 제대로 된 정치세력을 만들어 보려는 것이다.”

-지금 야당으론 정권교체 희망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오르는 추세고 문재인 대표 지지율도 1위를 달린다.

“대선 2년6개월 전에 지지율 높았던 사람이 대통령 된 전례가 없다.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 바라는 사람이 60%가 넘었는데도 문재인 후보가 떨어졌다. 다 이길 수 있는 대선에서 졌다. 그 이후에도 ‘친노 계파’의 행태에 눈곱만큼도 변화가 없다. 총선도 다 이긴다고 했는데 졌다. 왜 졌는지 반성도 성찰도 없다.”

-문재인 대표 취임 이후 비교적 탈계파 행보를 하고 있지 않나?

“좋게 말하면 ‘친노’의 확장이다. 패권의 확장일 뿐 본질은 변한 게 없다. 이런 피상적 접근으론 집권할 수 없다.”

-전략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한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전략공천을 받을 수도 없었다. 경선에 참여하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그렇게 당선돼봤자 131번째 미꾸라지밖에 되지 않는다. 난 미꾸라지가 아니라 메기가 되고 싶다.”

자신이 당선되는 게 문재인 대표에게도 좋을 거란 천 후보 얘기는 결국 ‘메기론’과 맥이 닿아 있는 듯했다. 호남정치를 개혁해야 야당이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그 힘으로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광주/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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