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숨이 찼다. 공식 선거운동 둘째 날인 17일, 강은미 정의당 후보는 아침 거리인사를 막 마친 참이었다. 강 후보는 “다들 뜬구름 잡는 정치 개혁만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을 바꾸려면 지역민의 삶부터 바꿔야 한다”며 “인지도 높은 큰 정치인 한 사람이 온다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4·29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광주 서구을에서 구의원과 시의원으로 8년을 보내며 차곡차곡 쌓인 ‘자신감’이 그의 목소리에서 묻어났다.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조영택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천정배 무소속 후보에게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후보가 느끼는 지역 민심은 어떤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일기 전부터도 대한민국의 정치 불신이 높고, 젊은이들의 일자리 문제나 저출산·노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어르신들이 이에 대해 예상과 달리 크게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신다. ‘정치 좀 잘해라’ 그런 말을 많이 듣고 있다. 유권자들이 성완종 사건을 보며 ‘진짜로 저놈들 나쁜 놈들이다. 제대로 할 사람이 정치하면 좋겠다’며 ‘강은미는 깨끗이 잘해봐라’고 말씀들 많이 하신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동교동계 선거 지원 논란 등이 불거졌다.
“그동안 광주는 특별한 하자 없는 후보만 내놓으면 100% 당선이었다. 매번 시민들이 신뢰를 보내주고 계신다. 그런데도 신뢰할 수 없는 후보들을 내놓으니까 시민들이 등을 돌리는 것이다. 개선 노력은 하지 않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 동교동계 인사들 모시고 오는 것에 대해 불쾌해하는 시민들도 많다. 광주는 새 인물 키우고 제대로 일할 사람 키워주려 한다. 자꾸 뒷방으로 밀려난 인사들이 내려오니 시민들의 자존심이 계속 상하는 것이다.”
-천정배 후보가 호남정치의 복원을 내세우고 있다. 광주에서 야당 교체를 내세우는 정의당과 겹치게 된 것 아닌가?
“호남정치는 대한민국 전체를 생각하는 정치다. 호남이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지역정치의 복원이 아니라 ‘이 사람이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구나’라고 생각해서다. ‘호남 대선 후보가 없네, 최고위원이 없네’라고 하면 호남이 고립된다. 국민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이슈와 정책을 두고 큰 정치를 해야 정권 재창출도 이뤄지는 것 아닌가. 천 후보 주변에 (새로운 정치를 할 만한) 누가 있는지 모르겠다. 새정치연합과 정책이나 사람에서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천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은 없나?
“연대는 어렵다고 본다. 중소상공인 카드 수수료 인하,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 어린이집 교사 처우 개선 등의 공약을 선거에서 제대로 목소리 내려고 하는데, 천 후보가 그런 목소리를 간절하게 대표하실지 의문이다.”
-강 후보가 광주 정치 개혁의 적임자인 이유는 무엇인가?
“2008~2009년쯤이다. 구의원 시절 지역구의 초·중학교 통학길에 인도가 없었다. 몇십년 묵은 민원이었지만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주민들 서명 받아 시와 시의회에 제출하며 이슈화했고, 결국 국회의원 선거 공약에까지 올라가 인도를 만들게 됐다. 한 명의 구의원, 시의원이 이슈를 만들고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에 관계된 일을 왜 다들 무시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일꾼이 필요하다?
“다들 뜬구름 잡는 정치 개혁만 이야기한다. 지역 일꾼이 필요한 이유는 지역민의 삶을 바꾸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지 청사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새정치연합이나 천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외부에서 보기에 큰 차이가 없다. 제 지지율 1%씩 올라가는 게 정치 개혁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