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가 4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청사로 출근하며 ‘성완종 리스트’ 관련 의혹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하자 “앞으로 출근길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2011년 당시 ‘재정 담당’ 보좌관
윤 전 부사장 1억 전달 자리에
함께 있었던 인물로 지목돼와
검찰, 돈 전달 과정 대부분 확인한 듯
윤 전 부사장 1억 전달 자리에
함께 있었던 인물로 지목돼와
검찰, 돈 전달 과정 대부분 확인한 듯
검찰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최측근 나아무개씨를 5일 소환조사한다고 4일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 첫 소환자는 홍 지사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나씨는 2001년께부터 홍 지사의 보좌관으로 일한 최측근으로,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된 2011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 때 홍 지사(당시 의원) 캠프에서 재정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홍 지사가 윤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한테서 1억원을 전달받는 자리에 함께 있던 인물로 지목돼왔다. 윤씨는 당시 자신이 보는 앞에서 홍 지사가 돈이 든 쇼핑백을 받아 나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최측근인 나씨를 소환한 것은 홍 지사 주변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홍 지사에게 돈이 전달됐다는 과정을 대부분 조사했다는 의미로, ‘리스트 8인’ 가운데 홍 지사가 소환 내지 처벌에 가장 근접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홍 지사 측근들이 윤씨를 회유하려 한 정황이 드러난 것 역시 그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 측근들은 최근 윤씨에게 “돈을 홍 지사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하면 안 되겠냐” “캠프 살림에 돈을 사용했다고 진술하면 안 되겠냐”며 회유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더 적극적인 회유와 말 맞추기가 이뤄지기 전에 수사를 진척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고, 동시에 검찰로서는 홍 지사 쪽의 ‘증거인멸 우려’를 증명할 근거가 생긴 셈이다.
수사팀은 나씨를 불러 윤씨가 당대표 경선 기간에 의원회관을 찾은 적이 있는지, 금품 전달을 목격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수사팀의 다음 일정은 홍 지사 소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팀은 이날로 사흘 연속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윤씨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 지사에게 1억원을 건넸다”는 기존 진술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부 언론은 윤씨가 “의원회관이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 돈을 전달했다”며 진술을 바꿨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윤씨는 검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의원회관에서 돈을 건넸다고 진술하며 그 자리에 나씨도 있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시 경남기업에서 돈이 담긴 쇼핑백을 건네받아 국회로 이동한 뒤 홍 지사에게 전달한 정황을 상세히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윤씨의 진술과 국회 의원회관 방문 기록, 경남기업 비자금 인출 내역, 홍 지사의 일정 등 객관적 기록과 대조해가며 금품 전달 상황을 구체적으로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남도청은 홍 지사가 이날 아침 실국장 티타임에서 “거짓이 아무리 모여봐야 참이 되지 않는다. 조만간 무엇이 거짓인지 무엇이 진실인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환봉 김원철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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