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의 본회의 처리를 협상하려고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 그는 지난 7일 취임과 동시에 ‘공무원연금 개편안’이란 난제를 떠안았다. 이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는 등 강경론으로 일관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당내 한쪽의 ‘분리 처리론’을 일축한 채 새누리당을 몰아세웠다. 반면 28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의원총회에서 온전히 승인받는 데 실패한 유승민 원내대표는 정치적 타격이 예상된다.
우윤근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던 안규백 의원은 “이 원내대표가 전투에선 패하더라도 전쟁에선 승리할 것 같다”고 평했다. 욕을 먹는 측면도 있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야권에 득이 될 거란 얘기다. 박홍근 의원도 “당이 어지러운 와중에 세월호 문제를 이 원내대표가 잘 챙겼다”고 했다. 설훈 의원은 “헐거워 보이지만 적당히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 이종걸이다. 세월호 문제를 외면하면 지지층이 우리를 어떻게 보겠느냐”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28일 아침 회의에서 “잘못된 시행령을 바로잡는 것은 국회의 책무다. 연계니 발목이니 하는 말은 야당에 대한 모독”이라고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의 비판을 반박했다. 오후엔 ‘중간보고’ 형식의 문자메시지를 의원들에게 보내 협상 상황을 설명하는 등 당내 소통에도 공을 들였다. 문재인 대표와 가까운 한 초선 의원은 “허허실실이다. 어리숙한 듯하지만 잘한다”고 평했다.
반면 새누리당 당직을 맡고 있는 수도권 의원은 “앞으로 있을 여야 협상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수차례 협상 카드를 바꾸는 이 원내대표의 협상 스타일이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야당에 득이 되기보다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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