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29일 새벽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가능하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여야 의원 표결로 통과시키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본회의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서
국회의 수정·변경요구 처리결과를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강제성 강화
4대강 때 예비타당성 조사면제와
유해물질 규제법안 완화 등
시행령으로 법 무력화 사례 잦아
국회의 수정·변경요구 처리결과를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강제성 강화
4대강 때 예비타당성 조사면제와
유해물질 규제법안 완화 등
시행령으로 법 무력화 사례 잦아
여야가 29일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법 위의 시행령’이라고 불리던 정부의 ‘행정입법’ 남용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논란이 계기였지만 그동안 국회가 만든 법이 정부의 시행령 등으로 무력화되며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 것에 대한 여야의 문제의식이 법 통과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새벽 정부의 부적절한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 권한을 갖는 국회법 개정안을 재석의원 244명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211명의 찬성(반대 11명, 기권 22명)으로 가결했다.
여야가 국회법 개정에 나선 것은 일단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담당할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해양수산부가 내놓은 시행령 때문에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11일 공포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은 특조위에서 진상 규명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조사1과장에 검찰 서기관을 임명하도록 규정해 진상 조사의 공정성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정부가 시행령·시행규칙 등을 만들어 그보다 상위에 있는 법의 취지를 훼손하거나 무력화시키는 사례는 한두번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기획재정부는 2009년 3월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4대강 사업을 검증할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부산고법은 2012년 2월 “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시행령”이라고 판결했다. 또 유해화학물질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같은 규제 법안을 기업 등의 의견을 반영해 완화시키는 데도 행정입법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국회의 복잡한 입법 절차와 통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행정입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는 게 여야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기존의 국회법에도 국회가 정부 부처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조항은 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 이번에 여야가 합의한 개정안은 “국회가 행정부에 시행령 등의 수정·변경을 요구하고, 행정부는 국회의 요구사항을 처리해 그 결과를 국회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 기존 법보다 강제성을 강화했다.
하지만 국회법 개정이 법원의 사법심사권을 침해해 삼권분립의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반박도 나와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에 이어 법무부와 법제처도 “헌법에서 행정부에 독자적인 행정입법권을 부여하고 있고, 헌법상 법원이 행정입법에 대한 사법심사권을 보유하기 때문에 국회의 행정입법에 관한 수정·변경 요구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
반면 “국회가 법을 넘어서는 행정입법에 제동을 거는 것은 삼권분립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법학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령(시행령)이 법률의 하위규범에 있다는 것이 헌법의 핵심 정신이다. 대통령령도 법률의 범위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헌법의 명령”이라며 “세계적으로도 모법에 어긋나는 행정입법은 국회에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법을 넘어서는 행정입법을 국회가 견제하는 것이 당연한 권한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독일이나 영국 의회는 행정입법을 거부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행정부 자율에 맡겨도 되는 사항까지 간섭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시행령이 법의 위임 사항을 넘어설 경우 이를 국회에서 논의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정부 시행령이 국회 입법을 무력화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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