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29일 새벽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세월호시행령 개정을 가능하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여야 의원 표결로 통과시키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회법 개정안으로 본 힘겨루기
새정치 쪽 “잘못된 시행령 이번 기회에 모두 점검”
세월호뿐 아니라 누리과정·의료영리화 등 폐해 판단
새누리 조해진 위헌 소지 지적에 “기존 법과 차이 없어”
박 대통령 “입법시 재정조달안 제출 의무화” 주장
새정치 쪽 “잘못된 시행령 이번 기회에 모두 점검”
세월호뿐 아니라 누리과정·의료영리화 등 폐해 판단
새누리 조해진 위헌 소지 지적에 “기존 법과 차이 없어”
박 대통령 “입법시 재정조달안 제출 의무화” 주장
“현장을 모르고 나오는 법(의원입법)이 현장 기업에 엄청난 고통을 주고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박근혜 대통령, 5월6일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누리과정 논란을 언급하며) 이것이 바로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는 시행령의 대표적인 예다. 각 분야에 다 널려 있다.”(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5월31일 시·도지사 간담회)
국회가 정부가 만든 시행령에 대한 수정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지난 29일 통과시킨 것을 두고 청와대가 연일 “삼권분립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에 “이번 기회에 문제가 되는 시행령을 모두 점검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이 대립의 이면에는 박근혜 정부 들어 더 첨예해지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힘겨루기가 자리잡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의 입법 취지를 벗어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행정입법 실태를 점검해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시·도지사 정책간담회에서도 “지방행정, 지방재정에서 그런 잘못된 시행령 때문에 고통받은 일이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야당은 정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 예산을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고쳐 지방교육청에 의무 편성하려는 방침과 의료영리화, 해고요건 완화, 임금피크제 등을 시행령 등의 행정입법으로 추진하려는 시도를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각종 논란이 있는 정책에 대해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하자, 편법적인 행정입법을 통해 사실상 국회 입법이나 반대를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반면, 청와대는 개정 국회법이 삼권분립을 저해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여당도 반박하고 있다.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3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일부에서 사법부의 법령심사권을 국회가 침해했다는데, 국회의 시정 요구는 시행령의 법적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삼권분립 위반이 아니다”라며 “정부 재량은 보장하되 그 내용을 조율하는 형태(국회법 개정안)가 정부도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청와대가 주장하는 위헌 소지는 약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개정 국회법은 국회가 행정입법을 수정·변경 요구할 수는 있지만, 여야 합의를 거쳐야 하고, 특히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제재할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법 개정안은 강제력이 없는 요구로 행정부가 권한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할 경우 사법부에 판단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은 이전과 그대로다”라고 사법권 침해 요소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회가 정부의 ‘행정 입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청와대는 먼저 국회의 ‘의원 입법’을 공격하고 나선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부쩍 “무분별한 의원 입법의 폐해”를 언급하며 국회의 입법권을 비판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5월6일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의원 입법으로 규제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런 막 나오는 법들”, “(그런 법들이) 그냥 덜커덕 통과돼 후회할 일이 생기고 있다”는 취지의 표현을 써가며 국회를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5월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강조한 ‘페이고 원칙’(재정지출 증가를 수반하는 법률안을 낼 경우 재원확보 방안을 함께 마련하도록 하는 제도)도 비슷한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입법을 통한 무분별한 지출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재정을 수반하는 법률 입안시 재정 조달 방법도 함께 제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페이고 도입에 대해 “입법과 재정권한을 과도하게 통제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지난 2012년 4월 시민단체 회원들이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도입을 허용하는 시행령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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