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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한겨레 프리즘] 반환점과 전환점 / 황준범

등록 2015-08-25 18:46수정 2015-08-25 21:20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임기 반환점을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맞이한 인물로 기록될 것 같다. 5년 임기 중 절반 지점을 돌아서는 2015년 8월25일 새벽을, 박 대통령은 판문점 고위 당국자 접촉이 43시간의 줄다리기 끝에 타결됐다는 ‘선물’과 함께 맞이했다.

흔히 대통령의 임기를 마라톤이나 등산에 빗대, 절반 지점을 기준으로 “반환점을 돌았다”, “하산길에 들었다”고 표현하지만, 박 대통령은 그 지점에서 잔뜩 고조됐던 남북 긴장을 완화하고 새 국면의 계기를 마련했다. 최소한 임기 반환점 당일, “꺾어졌다”, “기울어졌다”는 말들은 어울리지 않게 됐다.

확실히, 대외 관계, 특히 남북관계는 대통령의 의제다. 다른 경제, 사회, 문화 분야는 대통령이 우왕좌왕해도 정치, 행정, 민간 시스템에 의해서도 어떻게든 굴러가고 버텨낼 수 있지만, 제한된 정보에 바탕한 고도의 집중과 판단이 필요한 남북문제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몫이다. 그만큼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 대통령은 이번 남북 긴장 고조의 시발이 됐던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 사건 때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 했다”는 혹독한 비판을 받더니, 이어진 포격 사건과 대화 국면에서는 즉시 전면에 나서 상황 반전을 이끌어냈다. 당장의 지지율도 오를 것이다.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기에, ‘앞으로’ 대통령의 상황 대처와 위기 관리 책임은 더욱 중요하다. 여기에 주문을 더 얹고 싶다. 임기 반환점에 맞은 이번 일을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남은 기간 국정 운영 전반의 전환점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은 ‘대통령 중간평가’의 기회와도 같아서 역대 정권마다 언론은 이 무렵 많은 기획기사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런 기사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왜일까? 극도로 고조된 남북 긴장 사태 탓이 크지만, ‘특별히 중간평가할 만한 게 없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는 게 언론계의 솔직한 사정이다. <한겨레>는 지난 24일치에 정치학자 등 전문가 10명의 ‘박근혜 대통령 임기 전반부’ 평가를 실었다. 그때 지면에 미처 담지 못한 다른 원로들의 얘기들을 그대로 옮겨본다.

“말만 무성했지, 실제로 한 게 없지 않으냐. 그러니 잘한 것도, 딱 부러지게 실패한 것도 없다. 할 말이 별로 없다. 이런 상태로 남은 임기도 그냥 가는 거다.”

“임기 전반기를 어떻게 보냈는지를 보면 후반기도 알 수 있지 않으냐. 전반기에 ‘무능’, ‘무책임’ 꼬리를 달고 다녔는데 후반기에 달라질 수 있겠나.”

“남은 임기에는 운이 따라줬으면 좋겠다. 박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뭔가를 해결해낸다는 건 어렵다는 걸 보지 않았느냐. 앞으로 큰 사고나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첫해를 인사 실패와 국정원 댓글사건 방어전으로 시작해 2년차 세월호와 ‘정윤회 문건’ 파동, 3년차 ‘성완종 리스트’ 사건, 메르스 사태 등에서 허우적댄 대통령을 새삼스레 평가하기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탄식이다. “그런 기획(임기 전반 평가)을 왜 하냐”고 핀잔을 주는 이도 있었다. 심지어 “엠비가 최악이 될 걸로 생각했는데…”라는 얘기도 했다. 이대로 가면 최근 역대 대통령 평가 여론조사에서 최하위로 나타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리를 박 대통령이 대신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박 대통령에겐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얘기일 것이다.

황준범 정치부 기자
황준범 정치부 기자
박 대통령이 남북 합의 도출로 자신감을 얻었다면, 이를 더 큰 변화의 계기로 삼는 용기까지 가져보길 기대한다. “소통하라”, “화합하라”, “위기 때 지도력을 보여달라”…. 쏟아지는 조언들은 취임 첫해나 지금이나 똑같다. 선택하면 된다. 반환점이 곧 전환점이다.

황준범 정치부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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