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오영식 최고위원의 ‘재신임 투표’ 재고 요청 발언을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중진들 “국감 뒤 재신임 논의를”
지도부도 만류했지만 접점 못찾아
지도부도 만류했지만 접점 못찾아
11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당대표 회의실에서 진행하는 공개회의는 오전 8시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에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한 당직자가 “사전회의가 길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굳은 표정의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40분이 지난 뒤였다. 당대표 회의실 옆방에서 오전 7시30분부터 열린 비공개 사전회의에서 문 대표의 재신임을 두고 최고위원들은 그때까지 격론을 벌였다. 새정치연합을 뒤흔든 긴 하루의 시작이었다.
비공개회의에 참석한 7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4명이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 강행을 반대했다. 비주류 쪽 주승용 최고위원은 “대표가 최고위원들에게 재신임을 사전에 얘기하지 않은 건 잘못이다. 재신임 투표를 해도 물러나라는 논의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승희 최고위원도 “대표가 왜 혼자 결정하냐”며 반대 뜻을 보였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대로는 총선에서 진다. 전당대회로 가야 한다”고 자신의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전병헌 최고위원만이 “대표 뜻을 따르자. 대표를 흔드는 건 정치적 공세”라며 문 대표 손을 들어줬다. 문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반대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문 대표는 “재신임을 않으면 (대표를) 물러나라고 흔들어댈 것 아니냐. 재신임은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아예 이날 공개회의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까지 보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최고위원들의 설득으로 문 대표가 참여한 공개회의가 시작됐지만 여진은 이어졌다. 국정감사 등 현안에 대한 당대표 발언 뒤 비공개로 전환하려던 회의를 오영식 최고위원이 멈춰 세웠다. 그는 “분열은 공멸”이라며 16일 중앙위원회 개최와 재신임 투표를 재고해달라고 문 대표에게 호소했고, 유승희 최고위원도 거들었다.
하지만 비공개로 전환한 회의에서 문 대표는 “13~15일 전당원 전화자동응답(ARS)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한쪽에서라도 불신임받으면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미 문 대표는 회의 전 신기남 의원에게 재신임 투표관리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상태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주승용 최고위원), “꼼수나 마찬가지다”(이종걸 원내대표) 등의 반발이 이어졌지만, 오전 10시께 문 대표는 총무국에 전당원 명부를 준비시키고, 김성수 대변인에게는 브리핑을 지시한 뒤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으로 떠났다. 최고위원들은 “이렇게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대표를 흔들지 말라” 등 각자의 생각을 회의장 밖 기자들에게 짧게 말한 뒤 굳은 표정으로 국회 본청을 나섰다.
문 대표의 전격적인 재신임 투표 추진에 당내 비주류들은 잇달아 회동을 열었다. 비주류 의원들이 주로 참여하는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은 점심에 만나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 강행은 무효”라며 반대 입장을 정리했고, 오후 5시에는 이석현 국회 부의장 주재로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모여 “당내 문제는 국정감사가 끝난 뒤에 본격적으로 논의하자”며 김상곤 혁신위의 혁신안을 처리할 중앙위원회 연기와 재신임 투표 연기에 의견을 모았다. 결국 이날밤 이 부의장 등이 문 대표를 만나 중진들의 뜻을 전하며 밤늦게까지 논의를 이어갔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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