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에서 본 공공기관 낙하산 ‘황당 백태’
청와대 출신 이건영 가스기술공 감사
‘업무추진비 사장 80%’ 감사 의견
담당자, 사장 몫 줄여 79% 맞춰
영등위 선우재덕 등급분류소위 위원장
다른 위원 심사평 베껴 짜깁기
회의 1/3 참석, 수당은 ‘칼같이’
박상증 민주화기념사업회 이사장
작년 이사회에 ‘상임 셀프 제청’
올부터 연봉 1억1260만원 받아
청와대 출신 이건영 가스기술공 감사
‘업무추진비 사장 80%’ 감사 의견
담당자, 사장 몫 줄여 79% 맞춰
영등위 선우재덕 등급분류소위 위원장
다른 위원 심사평 베껴 짜깁기
회의 1/3 참석, 수당은 ‘칼같이’
박상증 민주화기념사업회 이사장
작년 이사회에 ‘상임 셀프 제청’
올부터 연봉 1억1260만원 받아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정치권에서 내려온 ‘낙하산’들이 각종 공공기관의 노른자위를 꿰차고 있는 것도 모자라, 직접 자신의 급여·업무추진비를 올리려 하거나 무성의로 일관하는 근무 행태들이 줄줄이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이건영 한국가스기술공사 감사는 지난 2월 자신의 업무추진비를 인상해 달라는 내용의 감사 의견서를 작성해 회사에 제출했다. 이 감사는 의견서에서 “2015년 예산안을 보면 감사의 업무추진비 및 기관운영비가 공사 사장의 68.2%로 2014년도 52.6%에 비해 15.6%포인트 올랐다”며 “그러나 업무추진비만 비교하면 사장의 50%에 불과하다”며 인상을 요구했다. 그는 한전케이디엔(KDN),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기술 등 다른 에너지 관련 기관들은 사장 대비 감사의 업무추진비가 70~88%에 이르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가스기술공사는 지난해엔 감사의 업무추진비·기관운영비로 100만원을 지급했다가 올해엔 150만원으로 올렸다. 사장의 경우엔 지난해 190만원에서 올해 220만원으로 30만원 더 늘었다. 이 감사의 의견서를 받은 경영기획처는 “올해는 감사의 업무추진비 인상률이 높아 더 이상 인상은 어렵다”며 사장에게 책정된 220만원을 190만원으로 깎아 사장 대비 감사의 업무추진비·기관운영비를 79%로 맞췄다. 가스기술공사 쪽은 “사장이 전말을 듣곤 우리 회사가 어려우니 그냥 내 기관운영비를 깎으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실을 지적한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자신의 업무추진비를 늘려달라는 것이 방만 경영을 예방하는 감사의 역할인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선우재덕 영화등급분류소위 위원장은 본인의 주업무인 등급분류결정서를 작성하면서 동료 위원들의 의견서를 그대로 옮겨왔다. 그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새누리당의 연예인 유세단으로 참여해 현장에서 찬조연설 등을 했다. 윤관석 새정치연합 의원이 공개한 선우 위원장의 <심야식당>, <송원> 등의 등급분류결정서를 보면, 다른 위원들의 심사평을 짜깁기했다. 가령 ‘작품 내용’ 항목은 ㄱ위원, ‘결정사유’는 ㄴ의원, ‘주요 의견’은 ㄷ위원의 의견을 그대로 따르는 식이다. 선우 위원장은 올해 1~7월 영화소위 회의가 152번 열렸는데 이 중 51번만 참석했으며, 교통비·회의수당·숙박비를 7개월 동안 1265만5800원을 받았다. 윤 의원은 “우리나라 영화 제작자, 감독들이 영화소위에서 이렇게 부실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걸 알면 얼마나 허탈해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영등위 쪽은 “위원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여러 위원들의 의견을 볼 수 있어 취합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올해부터 상임 임원으로서 연봉 1억1260만원을 받게 된 사실이 밝혀졌다. 기념사업회 이사장직은 지난해까지 비상임으로 연봉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념사업회는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직을 상임으로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기념사업회 상임 임원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사장이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제청하면 행자부 장관이 최종 임명한다.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은 “비록 의결하는 회의에 박 이사장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박 이사장은 자신을 상임 임원에 올리는 ‘셀프 제청’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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