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답변 도중 눈을 감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최경환 부총리의 인턴 출신 황아무개씨가 2013년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채용에서 부당하게 합격하는 과정에서 최 부총리의 개입이 있었다는 김범규 전 중진공 부이사장의 감사원 진술에 앞서, 인사총괄 부서장도 최 부총리의 개입을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박철규 전 이사장으로부터 최 부총리의 개입 정황을 직접 들은 또다른 인물인 인사팀장의 관련 진술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정부 실세인 최 부총리를 감싸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감사원 감사보고서 문답서를 열람한 야당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들은 9일 “문답서에 권아무개 당시 운영지원실장(인사총괄 부서장)이 박철규 중진공 이사장으로부터 최 부총리가 특혜 채용을 압박한 사실을 직접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고 전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12월 김범규 당시 부이사장을 조사하기에 앞서 권 운영지원실장으로부터 최 부총리의 개입 진술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 전 부이사장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감사원 조사 때 실무진들이 책임질 일이 아니고 내가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으로 인사채용 과정에 있었던 일들을 진술했다”며 “최근에 내 진술에 앞서 권 실장도 같은 이야기를 감사원에 진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문답서에는 권 실장이 이사장으로부터 “‘내가 장가도 보낸 아이니 합격시키라’고 하더라”는 말을 듣던 자리엔 박아무개 인사팀장도 동석했던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박 팀장을 조사하면서 박철규 전 이사장의 발언이나 최 부총리의 개입 정황을 묻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법제사법위 관계자는 “이런 경우라면 감사원이 당연히 박 팀장에게도 사실관계를 물었어야 했는데 진술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후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 최 부총리의 인턴 특혜 채용 사건의 청탁인물을 ‘외부’라고 모호하게 표현했다. 전날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황찬현 감사원장은 “결정적 인사인 박철규 이사장이 최 부총리의 청탁을 부인해 (다른 사람들과) 진술이 엇갈려 특정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권 실장 진술 내용이 보고서에 들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박 이사장 본인이 ‘잘못 기억하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적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의 인턴 출신 황씨는 2013년 8월 36명을 뽑은 중진공 신입직원 채용 서류전형에서 2299위였지만 합격해 채용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승준 이정애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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