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없어요.”
10·26 재선거의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3일 경기 부천 원미시장과 부천대 앞에서 만난 시민들은 선거 얘기에 손사래부터 쳤다. 가로등마다 투표 참여를 호소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현수막이 줄지어 붙어 있지만, 행인들은 무심했다.
시 추진 ‘화장장 건립’ 여야 모두 “백지화”
임해규 후보 앞서고 이상수 후보 추격 양상
박아무개(46·자영업)씨는 “투표일이 언제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임아무개(20)씨는 “정치인들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해요”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원미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40대 유아무개씨는 “후보 한 사람이 왔다 갔는데, 시장 분위기는 썰렁하다”며 “누굴 새로 뽑는다고 해서 먹고 사는 게 나아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천역 광장도 마찬가지였다. 장·노년층들은 의자에 앉거나 서성대며 차량 유세를 구경했지만, 젊은층들은 역사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느라 분주했다. 한 30대 회사원은 “선거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선거를 하느냐”며 “바빠서 투표하러 갈 시간도 없다”라고 말했다.
선거 판도를 좌우할 뚜렷한 쟁점도 부각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부천시가 추진 중인 화장장 건립 문제 정도가 쟁점이지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 ‘백지화’를 외치고 있다.
초반 판세는 임해규 한나라당 후보가 앞서고 이상수 열린우리당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3선 의원 출신인 이 후보는 “힘 있는 여당 후보를 찍어야 지역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인물론을 앞세운다. 이 후보 쪽은 불법 대선자금 연루 문제에 대해선 “정치적 관행의 희생양이며, 개인 유용이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17대 총선 때 낙선했던 임 후보는 시의원 경력 등을 들어 ‘토박이’론을 내세운다. 한나라당은 지지율이 10% 이상 앞서고 있다고 보면서도, 호남 유권자가 많은 지역 특성을 주시하고 있다. 임 후보 쪽은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감옥에 다녀온 대통령 측근을 사면해 공천한 것은 부천 시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한다.
조용익 민주당 후보는 10년 동안 부천에서 무료 변호를 해 온 젊은 변호사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며, 이근선 민주노동당 후보는 ‘구태 정치 청산’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부천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안동선 무소속 후보는 중부권 신당과 자민련의 지원을 받고 있다.
초반이긴 하지만, 유권자들은 대체로 확실한 지지후보를 밝히기를 꺼려했다. 이 지역에서 40년 가까이 살았다는 유아무개(57·포장마차 운영)씨는 “좀 더 지켜본 뒤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부천/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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