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 논란
정부·국정원 중심 ‘테러대책회의’
파리참사 보고도 소집 안해
여당 법안, 국정원 권한 강화 불구
‘깜깜이 조직’ 탄생 불가피
테러대응 효과 검토도 부족
정부·국정원 중심 ‘테러대책회의’
파리참사 보고도 소집 안해
여당 법안, 국정원 권한 강화 불구
‘깜깜이 조직’ 탄생 불가피
테러대응 효과 검토도 부족
새누리당과 국가정보원이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를 명분삼아 국정원을 중심으로 국가 주요 기능을 재편하는 테러방지법안 처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테러방지법이 없어 국내 이슬람국가(IS·아이에스) 추종자들의 신원조차 확인 못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과 수사·정보 전문가들은 국정원이 중심인 기존 ‘국가대테러활동지침’(대통령훈령)에 따른 대테러 활동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서 국정원 권한 강화만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기존 훈령 체제의 대테러 취약점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새 법령으로 실제 테러 대응 능력은 어느 정도 향상되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도 없다는 것이다.
■ 테러대책회의는 휴업중
기존 대테러활동지침은 테러 예방과 대응대책 등을 논의하는 ‘테러대책상임위원회’를 정기(반기 1회) 또는 수시로 소집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국정원장,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국방부·행정자치부·외교부·통일부 장관, 경찰청장 등이 참여한다. 상임위원회 실무지원은 ‘테러정보통합센터’를 운영하는 국정원이 맡도록 했다.
국정원과 정부는 파리 테러가 발생하고 닷새가 흐른 지난 18일까지 테러대책상임위원회를 소집하지 않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9일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은 ‘아이에스 관련 테러대책회의를 아직 한 번도 열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파리 테러 이전부터 아이에스 문제가 커지고 있었는데, 국정원을 핵심 실행기구로 못박은 기존 지침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마치 법이 없어서 문제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 국정원의 계좌추적, 감청 기능 확보가 본질
여당은 1982년에 만들어진 대테러활동지침으로는 테러 예방과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현행법과 제도로도 테러 정보 사전 수집과 금융거래 봉쇄, 테러 행위 수사·처벌이 가능하다. 형법, 항공기운항안전법, 철도법, 유해화학물관리법, 원자력안전법, 군사시설보호법, 출입국관리법, 특정금융거래정보이용법, 공중 협박목적 자금조달 금지법(테러자금조달금지법) 등의 여러 조항이 대테러 활동에 적용되고 있다.
여당 법안을 검토한 한 부장판사는 “테러방지법안이라지만 결국 국정원이 금융자료와 감청 허락을 쉽게 받으려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실제 기존 지침과 여당이 추진하는 테러방지법안의 결정적 차이는 국정원에 테러 위험인물 또는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대한 계좌추적·통신감청 권한과 출입국 정보 등을 주도록 하는 데 있다.
2001년 정부 발의 테러방지법안 검토에 참여했던 한 법조인은 “국내외 정보를 모두 가진 곳에서 수사 권한까지 가지는 것은 부적절하다. 현재처럼 국정원이 수집한 테러 정보를 바탕으로 군 동원이 필요하면 국방부가, 수사는 검찰이, 경계·경비는 경찰이 하는 식으로 분담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 견제와 균형 대신 깜깜이 조직 탄생
여당의 테러방지법안은 사실상 주요 부처와 지방 행정조직의 테러 관련 기능이 ‘법적 근거’를 가지고 국정원의 지휘 아래 놓이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테러방지법안은 국가정보원법과 마찬가지로 관련 조직과 정원 등을 비공개로 해놨다. 국가기관간 견제와 균형이 아닌 국정원을 정점으로 한 또다른 ‘깜깜이 조직’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가정보원법은 정보·보안업무에 한해 국정원이 행정기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제한을 뒀다. 그런데 테러 업무의 특성상 정보·보안을 넘어선 광범위한 행정 영역까지 국정원의 힘이 ‘합법적’으로 작용하는 통로로 테러방지법이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남일 이경미 기자 namfic@hani.co.kr
관련영상 : 테러방지법, 박유하 〈제국의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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