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원안서 3000억원 순삭감
누리예산은 올보다 2000억 줄어
최경환 등 지역구 예산 끼워넣기
누리예산은 올보다 2000억 줄어
최경환 등 지역구 예산 끼워넣기
여야는 3일 새벽 386조4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국회 본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여야는 지난해에 이어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기 위해 예산안과 여야 관심 법안 처리 등을 연계시키는 과정에서 밤늦도록 진통을 겪었지만, ‘대통령 관심 법안’인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 지원법과 야당이 요구한 대리점 거래 공정화법 등도 함께 처리했다.
여야가 통과시킨 예산안은 애초 정부가 제출한 386조7000억원에서 심사를 거쳐 3조8281억원을 삭감하고 3조5219억원을 증액해 386조4000억원으로 결정됐다. 금액으로는 정부안에 견줘 3000여억원이 순삭감됐다. 2015 회계연도 예산 375조4000억원에 견주면 11조3000억원(2.9%)이 늘었다.
지난해 예산안 처리 시한 막판까지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 규모를 두고 여야가 충돌했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학교시설개선 목적예비비 3000억원을 돌려서 배정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이런 방식으로 5064억원을 지원했지만, 그나마 올해에는 2000여억원이 삭감된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본회의 직전 브리핑에서 “삭감 쟁점은 야당 쪽 의견은 반영하되 정부·여당의 정책방향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정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실세 예산’도 두드러졌다. 친박근혜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애초 정부 예산안에 없던 사업을 신설하거나 예산 수십억원을 새로 타냈다. ‘대통령 관심 사업’으로 불린 나라사랑 정신 계승·발전 예산은 10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삭감됐지만 지난해 26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여야는 본회의에서 대통령 관심 법안인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 지원법, 야당이 요구한 대리점 거래 공정화법, 모자보건법,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법도 함께 처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도부의 예산안과 법안 합의 내용을 의원총회에서 논의했으나 합의 내용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밤 11시까지 격론을 벌였다. 법안 처리를 논의하는 야당 의원총회가 길어지며, 애초 오후 2시에 잡혔던 본회의는 오후 7시→8시→9시로 순연됐지만 이 시간도 맞추지 못했다.
본회의는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51분 남겨둔 밤 11시9분에야 개의했지만, 다른 법안들의 처리에 시간이 걸리며 결국 자정을 넘겨서야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2002년 이후 12년 만에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켰던 국회는, 올해는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한 셈이 됐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