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풀뉴스 골아픈 선거구 논란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풀릴 기미가 안 보입니다. 누가 잘못하고 있는지, 어떤 제도가 옳은지 판단하고 싶지만 용어부터 너무 어렵죠?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논란을 처음부터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선거구 다시 그어라” 헌재발 폭풍
선거구가 자꾸 문제되는 건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출 제도에는 두 가지 큰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선거구별로 유권자가 행사하는 표의 무게에 차이가 큽니다. 둘째,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율이 의석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첫번째 문제부터 따져보겠습니다. 경북 영천,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 등은 지역구 인구수가 10만명을 겨우 넘습니다. 서울 강서갑, 경기 김포, 인천 서구강화갑의 인구수는 30만명을 훌쩍 넘죠. 한표의 값이 전자의 경우 10만분의 1, 후자는 30만분의 1입니다. ‘표의 등가성’에 너무 큰 하자가 생긴 거죠.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수 편차를 ‘3 대 1’에서 ‘2 대 1’로 조정하라고 결정합니다. 헌재 결정을 계기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놀라운 방안을 제시합니다. 어차피 선거구를 대폭 조정해야 하니, 이참에 유권자의 뜻이 의석수에 충실히 반영되도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한 거죠.
①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한다.(2 대 1)
②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눈다(선관위 예시: 서울/인천·경기·강원/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광주·전북·전남·제주/대전·세종·충북·충남)
③ 인구 비례별로 권역별 의석수를 산출한다. 예를 들어 서울 인구수가 대한민국 전체의 20%라면 서울 권역에 배정되는 의석수는 60석(300석의 20%)이 된다. 60석 중 지역구는 40석, 비례대표는 20석(2 대 1)으로 한다.
④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권역별 정당 의석수를 계산한다. 예를 들어 행복당이 서울 권역에서 50%의 정당 지지도를 얻었다면 행복당에 배정되는 서울 권역 의석수는 30석(서울 권역 총 의석수 60석의 50%)이다. 서울 권역에서 30석을 배정받은 행복당이 서울 권역 지역구에서 18명을 당선시켰다면 모자라는 12석은 비례대표로 채워준다.
이병석 중재안 등장하다
그런데 선관위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2012년 총선 결과에 대입해 보니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체 의석수는 각각 13석, 10석이 줄어드는 반면, 소수정당 의석수는 26석 늘어납니다. 지역구 의석수도 246석에서 200석으로 46석이나 줄여야 합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거대 양당 간 합의가 잘 될 리 없겠죠?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병석 의원(새누리당)이 고심 끝에 11월9일 중재안을 내놓습니다. 지역구 의석을 246석에서 260석으로 늘리는 대신 줄어든 비례대표 의석(54석→40석)에 부분적으로 연동제를 도입하자는 겁니다.
① 지역구를 260석으로 늘리고 비례대표를 40석으로 줄인다.
②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의 과반을 보장한다. 예를 들어 행복당이 11%의 정당 득표율을 올릴 경우 300석의 11%인 33석의 과반인 17석을 보장한다. 행복당 지역구 당선자가 7명이라면 비례대표 의석 10석을 준다.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보장하는 의석수를 절반으로 ‘뚝’ 자른 겁니다.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은 이를 수용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 붕괴 우려를 이유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5% 이상이면 5석 보장하라
현재 여야는 “지역구 의석수를 현행 246석에서 늘려야 한다”는 합의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습니다. 지역구 의석수를 늘린다는 건 농어촌 지역구를 없애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기득권은 일단 보장한다’에만 합의한 거죠. 반면, 비례대표 의석수 배분 방식을 고쳐 유권자 지지율과 정당 의석수를 최대한 일치시키려는 흐름은 거듭 퇴보 중입니다.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수를 배분하는 선관위안(권역별 비례대표제)과 이를 절반으로 깎은 이병석안(연동형 비례대표제) 모두 폐기됐습니다. 새정치연합은 20일 정의당으로부터 전달받았다며 새로운 비례대표 배분안 두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①번안: 정당 득표율 3~5% 미만인 경우 비례대표 3석, 5% 이상인 경우 5석 보장
②번안: 정당 득표율과 지역구 의석수 차이에 따라 소수 정당에 1~3석까지 보장
②번안대로라면 소수 정당은 현재안보다 1~3석을 더 가져가게 됩니다. ①번안도 비슷합니다. 현재안은 정당 득표율 3%라면 1석(54석의 3%), 4~5%면 2석(54석의 4%), 6~9%면 3~4석을 배분받습니다. 현재안과 비교하면 ①번안은 1~2석을 더 보장해줍니다. 새누리당은 이것도 거절했습니다. 의석이 늘어나는 소수 정당도 결국 ‘야당’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버틸수록 유리합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어떤 안을 직권상정하든 가부를 결정할 수 있는 과반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가 바뀌면 기존 선거구는 모두 무효가 되고 예비후보자의 법적 자격도 사라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역 의원들만 유리해지는 구조입니다. 최다 현역의원 정당 새누리당이 서두르지 않는 이유입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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