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법사위원 전수조사
2월 임시국회에서 기업의 과거분식 행위에 대한 집단소송을 일정기간 유예해주는 내용의 증권관련집단소송법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28일 법안 처리를 맡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 8명을 대상으로 이런 내용의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더니, 5명이 찬성이나 조건부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1명은 반대했고, 2명은 답변을 유보했다. 법 개정에 찬성해온 한나라당 소속 법사위원 5명을 포함하면, 전체 법사위원 15명 가운데 3분의 2가 법 개정에 긍정적인 태도를 나타낸 셈이다. 개정안에 대한 여당 법사위원들의 이런 태도는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르다. 정부는 재계의 거듭된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말 법안처리를 서둘렀으나, 열린우리당 법사위원들이 끝까지 반대해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당시 홍재형 정책위의장과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승규 법무부 장관 등 당정의 상층부가 법안처리에 합의했는데도 여당 법사위원들은 반대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들의 태도 변화는 여권의 ‘경제 올인’ 기조와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고위당정회의에서 이 법안을 2월국회 처리법안으로 확정한 데 이어, 28일엔 이해찬 국무총리가 직접 법 개정을 공언하고 나서는 등 여권 내부의 ‘압박’이 심상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반발기류도 감지된다. 정성호 의원은 “위에서 손을 들라고 하면 손을 들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국회는 통법부로, 의원들은 거수기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며 “해당 사안에 전문성이 있는 상임위 의원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영 의원은 “재계의 요구를 입증할만한 현실적이고 급박한 사유가 제시돼야 한다”며 “합리적이고 실증적인 이유 없이 막연한 사유로 유예하면 법 집행의 일관성과 실효성이 확보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합치면 2/3 넘어 법안통과 가능성
일부 답변 거부…'거수기' 전락 걱정도
법 개정을 놓고 줄곧 논란이 됐던 ‘과거분식’과 ‘현재분식’의 구분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의원들은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했다. 법 개정에 찬성 의견을 보인 우윤근·양승조 의원도 “회계는 연속적인데 현실적으로 과거의 분식과 현재의 분식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일부는 과거와 현재의 분식행위를 구분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조건부로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과거의 분식행위에서 비롯한 현재의 분식에 대해 법을 적용하지 말아달라는 게 재계의 요구”라며 “정부가 과거와 현재의 분식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집단소송법 제정을 주도했던 천정배 의원도 “과거의 분식회계가 현재까지 미치는 사안이라면, 그 점에 관해선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해주는 것이 옳다”며 “다만, 현실적으로 구분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과거와 현재의 분식행위가 뒤섞여 구분이 불가능하다면 유예 여부를 좀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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