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신년담화에 힘 얻어
“통신감청·계좌추적 권한 달라”
“통신감청·계좌추적 권한 달라”
박근혜 대통령의 새해 대국민담화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동시다발 테러를 계기로 새누리당과 정부가 테러방지법안 처리의 고삐를 다시 죄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20일 오전 국가정보원, 경찰청, 외교부, 국회 관련 상임위원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테러위기상황 대처 당정협의’를 열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국정원에 통신감청·계좌추적 등 테러 관련 정보수집 권한을 줘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검토됐던 ‘국무총리실 컨트롤타워+국가정보원 정보수집 권한’을 요구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테러방지법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국민안전처·국가안보실 등 비국정원 컨트롤타워+국회 정보감독지원관실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김수민 국정원 2차장은 유럽에서 아시아로의 ‘테러 동진’을 거론한 뒤 “테러분자 통신감청 등이 국정원 권한을 강화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 때문에 테러방지법안에서 사라졌다. (국회가) 법안 본질이 국정원 힘빼기인지 모를 정도로 공방만 거듭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왕 원점으로 (협상이) 돌아갔으니 법안에는 테러 차단에 필요한 내용을 온전히 담아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정원이 정치권을 대놓고 비판하며 권한 강화를 요구한 것은 전례가 드물다. 국정원 관계자는 ‘대테러 컨트롤타워를 다시 국정원 밑에 두자는 것이냐’는 질문에 “정보수집은 반드시 필요하다.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라고 했다. 대선 여론조작과 간첩 증거 조작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국정원이 박 대통령이 새해 담화를 통해 테러방지법안 처리를 강하게 요구하고, 마침 아시아에서 이슬람국가(IS) 연계 세력에 의한 테러가 발생하자 이를 국정원 권한 강화에 적극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철우 새누리당 국회 정보위 간사는 “지난해 말 정보위에서 야당 반대를 일부 수용해 국정원이 아닌 국무총리실에 대테러 컨트롤타워를 두자고 했다. 대신 국정원이 법원 영장을 받아 금융정보분석원(FIU)과 통신사를 통한 테러 관련 계좌추적·통신감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은 국정원을 감독할 국회 정보감독지원관실 도입 등 국정원의 권한 강화를 막기 위한 조치가 확실히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여당의 ‘테러방지법안 원안 회귀’ 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