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장(왼쪽)이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악청사에서 여야가 합의한 선거구 획정안 논의를 위한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4·13 총선을 50일 앞둔 23일 여야가 ‘지역구 253석’에 최종 합의하자, 지난 연말부터 일찌감치 통폐합이 예상됐던 지역의 의원들은 “올 것이 왔다”며 전의를 가다듬고 있다. 특히 2석씩 줄어드는 영남과 호남에서는 여당과 야권 내부에서 치열한 ‘내전’이 가시화됐다. 해당 의원들은 “겨뤄보자”면서도, 구체적 ‘선거구 지도’의 붓을 쥔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반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은 전체적으로 10석이 늘어나, 총선 승패를 가르는 격전지로서의 위상이 더 높아졌다.
■ 경북·강원 새누리당 내전 이번 여야 합의로 전체 지역구 의석 수는 현행 246석에서 253석으로 7석 늘어난다. 수도권(+10석)과 충청권(+2석)은 의석이 늘어나 여유롭지만, 의석이 줄어드는 영남(-2석), 호남(-2석), 강원(-1석)에서는 같은 당 안에서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새누리당 텃밭인 영남에서는 부산·울산·경남은 의석 변동이 없고, 경북에서만 인구미달로 2석이 줄어든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친박근혜계 핵심 김재원 의원의 군위·의성·청송이, 같은 당 김종태 의원의 상주와 합쳐져 하나의 지역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김 의원’이 다른 도전자들과 함께 하나의 의석을 놓고 겨루게 된 것이다.
나란히 붙어 있던 장윤석 의원(영주)과 이한성 의원(문경·예천)도 통폐합된 하나의 지역구를 놓고 경선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장 의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농어촌 배려가 없는 여야 협상 결과에 대해 유감”이라면서도 “일단 선거구획정위가 정하는대로 총선을 치른 뒤,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위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한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동구가 쪼개져 각각 인근의 영도(김무성 의원)와 서구(유기준 의원)로 합쳐진다.
강원도는 전체적으로 1석 줄어들지만, 속사정은 아주 복잡하다. 현행 철원·화천·양구·인제(한기호 의원)에 고성·속초·양양(정문헌 의원) 선거구 중 고성이 합쳐져 ‘5개 군’ 지역구가 탄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속초·양양과, 홍천·횡성(황영철 의원)이 하나로 통폐합하는 그림이다. 또는 홍천·횡성을 반으로 쪼개서 속초·양양·홍천, 평창·영월·정선·횡성으로 붙이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황영철 의원은 “농어촌과 지방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여야 지도부 합의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반면, 홍천·횡성 인근의 현역 의원들은 “홍천·횡성과 속초·양양을 합치는 게 연쇄적 영향이 가장 적다”며 ‘몸조심’을 하고 있다.
■ 더민주·국민의당 호남 쟁투 전북과 전남이 각각 1석씩, 총 2석이 줄어드는 호남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전북의 경우 최규성 더민주 의원은 김제·완주가 쪼개지는 것을 각오하고 있다. 김제·완주가 나뉠 경우 무주·진안·장수에 완주가 붙고, 현재 한 지역구인 고창·부안(김춘진 더민주 의원)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김제·부안, 고창·정읍이 합쳐지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김춘진 의원과 최규성 의원이 모두 당내 컷오프를 통과할 경우 선거구 획정으로 인해 같은 3선끼리 경선을 벌여야 한다.
11석 중 1석이 줄어드는 전남은 야당이 분열하면서 사정이 더 복잡해졌다. 지난해 10월말 기준으로 볼 때 현재 인구 하한선 14만명을 못 넘는 지역구는 고흥·보성(김승남 국민의당 의원), 장흥·강진·영암(황주홍 국민의당 의원), 무안·신안(이윤석 더민주 의원) 3곳이고 순천·곡성(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상한선인 28만명을 넘는다. 이윤석 의원은 “같은 생활권이라는 이유로” 무안·신안이 함평과 묶이길 바라고 있다. 국민의당 소속이며 지역구가 맞붙어있는 ‘이웃’ 김승남, 황주홍 의원은 머릿속이 복잡하다. 김승남 의원은 “선거구 획정에 따라 자칫하면 국민의당에 현역이 있는 지역구가 1석 날아갈 수도 있다”며 걱정스러워했다. 황주홍 의원은 선거구 인구 기준일이 10월31일로 잡힌 데 대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한다. 황 의원은 “선거법엔 최근 통계로 인구 기준일을 잡게 돼 있다”며 “지난해 10월31일을 기준으로 하면 내 지역구는 14만명이 안되지만 12월31일을 기준으로 하면 14만408명으로 인구 하한선을 넘어서 합구 대상이 안 된다. 그런데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자의적으로 인구 기준일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충남에서는 공주(박수현 더민주 의원)가 부여·청양(이완구 새누리당 의원. 불출마 예정)과 합쳐진다. 박수현 의원 쪽은 “부여·청양도 공주처럼 부지런히 다니며 지역구를 관리해왔기 때문에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며 “여론조사에서도 여당 현역 의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숨통 터진 수도권 현재 112석에서 122석으로 의석이 대폭 늘어나는 수도권에서는 신설 지역을 노리는 도전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서울의 경우,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강남구가 현재 2개 지역구에서 3개로 늘어난다. 강서구도 마찬가지다. 반면, 중구가 인근 성동갑, 성동을과 합쳐져 중·성동갑, 중·성동을로 한 석 감소한다. 인천에서는 연수구가 두 개로 쪼개진다.
서울 인구를 넘어선 경기도는 무려 8석이 늘어난다. 김포, 남양주, 광주, 군포, 수원, 용인, 화성에서 각각 1석씩 늘어난다. 또 경기 동북부의 양주·동두천, 연천·포천, 여주·양평·가평 3개 지역구가 경계선 조정을 통해 양주, 동두천·연천, 포천·가평, 여주·양평 등 4개 지역구로 변화해 1석이 늘어난다.
수도권에서 늘어나는 10석을 두고는 여야 모두 “우리가 유리하다”고 자신하지 못하고 있어, 수도권은 4·13 총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준범 이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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