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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정의화 의장의 변심 현상황 ‘국가비상사태’로 규정

등록 2016-02-23 21:19수정 2016-02-24 01:32

정의화 국회의장(오른쪽)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뒤 의장석으로 찾아온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귀엣말을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정의화 국회의장(오른쪽)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뒤 의장석으로 찾아온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귀엣말을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논란
23일 여야가 끝내 합의하지 못한 테러방지법이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된 데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변심’이 있었다. 정 의장이 이날 테러방지법 본회의 직권상정을 밀어붙이면서 ‘최근의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가 국회법이 정한 직권상정 요건인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 의장은 오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3자 회동에서 테러방지법에 대한 여야의 다른 입장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뒤 직권상정(심사기일 지정) 수순에 들어갔다. 정 의장은 국회법 제85조가 정한 세 가지 직권상정 요건(△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과 여야 대표가 합의하는 경우) 중에서 현재 한반도 상황을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결론짓고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의 구실로 내세웠다. 정 의장은 2014년 지방교부세법 개정안, 지난해 관광진흥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을 직권상정 처리했지만, 모두 ‘여야 대표 간 합의’라는 전제가 있었다.

정 의장은 본회의 직권상정에 앞서 “현재 우리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북한이 국가기간시설에 대한 테러 등 대남 테러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도 있었다”며 “각종 테러를 자행할 개연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지적 역시 잇따르고 있다”고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 의장은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북한의 테러 위협 고조를 ‘국가비상사태’로 인정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결심을 굳힌 뒤 지난 22일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을 국회로 불러 최근 북한 등의 테러 위협 정보에 대한 설명을 듣고, 부작용 완화 방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실의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이 지난 연말 ‘경제위기’를 내세워 법안 처리를 요구했을 때는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기 어려웠지만, 최근의 한반도 상황은 비상사태로 볼 수 있다는 게 외부 법률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선거구 획정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생각도 정 의장의 직권상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테러방지법안과 선거법 동시 처리’ 카드는 ‘선 민생법안, 후 선거법 처리’라는 여당과 ‘선 선거법 처리’라는 야당에 출구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정 의장의 직권상정에 절차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회법상) 직권상정이 가능한 ‘국가비상사태’란 그런 사태가 목전에 발생하였거나 발생이 곧 임박하여 국회 원내교섭단체의 의사협의가 불가능 또는 이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정도의 급박한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지, 법안의 내용에서 상정하고 있는 어떤 사태가 예정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민변은 “정의화 의장이 들었다는 것은 국정원의 일방적인 첩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국가비상사태라고 하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의회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국회 수장으로서 원내교섭단체의 합리적 토론을 강제로 중단하면서까지 비의회적 조치를 강행하는 납득할 만한 근거를 밝혀야 할 것”이라며 정 의장이 현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한 근거를 밝히라고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서보미 고한솔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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